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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11월 5일 21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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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포항시 북구 학잠동 포항북부경찰서 양학지구대(대장 김진곤 경감) 소속 경찰관 50명은 올해 3월 ‘양학지구대 장학회’라는 조촐한 모임을 만들었다.
당시 순찰을 하면서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은 몇몇 직원이 월급에서 5000원 정도를 떼어서 가정형편이 어려운 일부 고교생에게 장학금을 주자는 제안을 했다.
이에 다른 직원들도 별 부담이 없는 액수라며 기꺼이 동참키로 했다.
첫 번째 기금을 모은 경찰관들은 3월 인근에 있는 실업계 고교인 포항여자전자고를 찾았다.
학생 수가 1000여명이어서 형편이 어려운 학생을 찾기가 낫지 않겠느냐는 생각에서였다.
학교측은 양학지구대에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 2명을 추천했다. 이후 경찰관들은 이들 학생에게 매달 15만원씩 전달하고 있다.
최근 봉투 2개를 들고 이 학교 교장실을 찾은 양학지구대 이영우(李英雨·39) 경사는 “더 많은 학생들에게 용돈이라도 주고 싶지만 그렇지 못해 오히려 미안한 마음”이라며 “장학금이라고 할 것도 없다”면서 ‘작은 정성’이 알려지는 것을 꺼렸다.
포항여자전자고 교사들은 “경찰관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장학금을 가져오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며 반겼다.
이화식(李和植·58) 교장은 “액수를 떠나 경찰관들이 모은 마음이 참 고맙다”며 “학교 안에 소문이 퍼지면서 교사와 학생들 모두 고마워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경찰관이 주는 장학금을 받고 있는 전자통신과 2학년 이진희양(17)은 “평소 경찰관은 좀 무섭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지금은 달라졌다”며 “장학금을 받은 만큼 나중에 취업을 하면 주변의 어려운 사람에게 꼭 돌려주겠다”고 밝혔다.
양학지구대는 5년째 지구대 사무실 2층을 20여명이 공부할 수 있는 공부방으로 만들어 24시간 개방하고 있다.
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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