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직난 대학가 학생회장 구인난… 후보자없어 선거 무산 속출

  • 입력 2004년 11월 3일 18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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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준비도 바쁜데, 얼굴도 모르는 다른 학생들을 위해 제 시간을 희생한다는 것이 내키지 않아요.”

11월 각 대학의 단과대 학생회장 선거가 시작됐으나 출마자가 없어 선거가 무산되거나 아예 선거 일정조차 잡지 못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극심한 취업난과 학업부담 등으로 학생회 활동에 참여하려는 학생이 극히 드물어졌기 때문.

지난주 단과대 후보등록을 마감하고 선거전에 들어간 서울대의 경우 경영대를 비롯해 수의대 미대 음대 생활과학대 등 5개 단과대가 입후보자가 없어 선거를 치르지 못했다.

지난달 28일 후보등록이 끝난 숙명여대에서도 7개 단과대 중 약대 한 곳을 제외하고는 후보자가 한 사람도 나오지 않았다. 숭실대에서도 법대 사회대 등 4개 단과대에서 후보가 없었고 서울시립대 등 일부 대학에서는 아직 선거 일정조차 잡지 못했다.

▽“입후보 권유해도 고개만 절레절레”=서울대 경영대의 경우 학생회가 생긴 이래 처음으로 후보자 미등록으로 선거를 치르지 못했다. 현 경영대 학생회장 구원근씨(23)는 “지난해에도 경쟁 후보 없이 혼자 출마해 당선됐다”며 “이번에 후배들에게 출마를 권유했지만 모두 거절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설령 학생회장을 한다고 해도 함께 학생회 일을 할 사람이 없어 일하기가 쉽지 않다”며 “올해는 사무국장 등 4명만으로 학생회를 꾸렸는데 내년에는 더 심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거를 치르는 다른 단과대의 경우에도 ‘나 홀로 출마’가 대부분.

서울대 공대 김용지씨(산업공학과 03학번)는 “2학년을 마치면 각자 공부에 전념하느라 동아리 활동도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며 “힙합동아리에서도 3학년 이상은 보기 힘든 상황인데 학생회장에 출마하는 사람 찾기는 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취업이 우선”=학생들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운동권 중심의 학생회에 대한 무관심도 원인이지만 요즘은 취업 준비가 시급해 학생회 활동에 눈 돌릴 여유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홍익대생 A씨(23)는 “다들 취업을 위해 토익, 토플 학원 다니느라 바빠 학생회에 참여할 시간이 없다”며 “솔직히 사회적 이슈에 대한 참여보다는 학교 위상을 높여 취업에 도움을 주는 학생회 활동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숭실대 부총학생회장 김선우씨(25)는 “요즘처럼 취업하기 힘든 시절에 자발적으로 학생회 활동에 참가하는 것은 무리”라며 “학내 자치조직이 붕괴되는 사실은 안타깝지만 마땅히 대응할 방도가 없다”고 말했다.

전지원기자 podrag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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