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校학력차 반영’ 파문]<3>내신 부풀리기 실태

  • 입력 2004년 10월 12일 18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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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처음 입시 업무를 맡게 된 서울의 한 대학 직원은 1학기 수시모집에서 지원자들이 제출한 학교생활기록부 자료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400여명의 재적생 가운데 70여명이 1등인 학교가 있는가 하면 전체 학생의 절반 이상이 ‘수’를 받은 학교도 있었던 것. 그는 “고교들이 ‘내신 뻥튀기’를 한다는 말은 들었지만 실제로 겪어 보니 허탈감이 들 정도였다”며 “지원자의 학생부 성적이 똑같아 전형자료로 전혀 쓸모가 없었다”고 말했다.》

▽대학, “활용 자료가 없다”=부풀려진 학생부, 남발되는 각종 경시대회의 수상 실적 등으로 신입생을 선발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자료가 부족하다는 것이 대학들의 일관된 항변이다.

수시모집은 학업 성적보다 다양한 특기와 적성을 가진 학생을 뽑으라는 취지이지만 지원자들이 제출한 전형자료를 살펴보면 모두가 똑같이 ‘우수한’ 학생뿐이라는 것이다.

이화여대 박동숙(朴東淑) 입학처장은 “부족한 전형자료를 보완하려다 보니 일부 전형에서 학교간 특성을 일부 반영한 것”이라며 “이마저 할 수 없다면 본고사를 포함한 다른 전형방식을 개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고교, “하고 싶어서 하나”=교사들은 “다른 학교가 내신 평균성적을 올리려고 시험을 쉽게 내는데 우리 학교만 시험을 어렵게 낼 수는 없다”고 말한다.

굳이 학부모들의 압력이 아니더라도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의 내신 성적이 나빠 대학 진학에서 불이익을 받는 상황을 모른 체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서울 강북 B고의 한 교사는 “한 교사가 ‘원칙대로 출제하겠다’며 시험을 어렵게 내자 ‘제자들이 대학에 진학하지 못해도 소신만 지킬 거냐’는 학부모와 동료교사들의 비난이 쏟아졌다”고 말했다.

고교들이 내신 부풀리기를 하는 방법도 다양하다. 문제를 쉽게 출제하는 것은 기본이고, 문제를 미리 알려주거나 아니면 나중에 답안지를 고치도록 하는 경우까지 있다.

고교 교사들은 “대학이 성적 부풀리기를 유도해 놓고 오히려 고등학교만 나무라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서울대를 제외한 많은 대학들이 학생부 성적을 석차가 아닌 ‘수우미양가’로 반영하고 심지어 일부 대학은 ‘수’는 물론 ‘우’까지 만점으로 인정하기도 한다. 또 석차가 같아도 그대로 인정하는 대학도 많아 어쩔 수 없이 성적 부풀리기를 한다는 것.

부산의 한 고교 교사는 “성적 부풀리기는 교사로서 정말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라며 “대학이 내신 반영을 이런 식으로 하기 전에는 생각도 못한 일”이라고 말했다.

▽2008학년도 대입안 실효성 있나=교육인적자원부는 2008학년도 이후 대입에서 학생부를 주요 전형요소로 활용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학생부 성적을 9등급화하고 상대평가를 도입해 내신 부풀리기를 방지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학생부가 고교별 교과과정의 특성과 고교의 운영 노력을 반영하지 못하는 한 대학들이 주요 전형자료로 활용할 가능성이 극히 낮다. 또 대입 개선안에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전혀 포함돼 있지 않아 ‘반쪽짜리 개선안’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서울대 입학관리본부 김경범(金京範) 전문위원은 “학생부의 충실도를 높이려면 교사들이 수업과 평가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먼저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05학년도 대입 학생부 성적 활용 방식
대학수시1수시2정시
서울대모집없음석차+수우미양가(예체능교과)석차+수우미양가(예체능교과)
고려대석차(50)+수우미양가(50)석차(50)+수우미양가(50)수우미양가
연세대석차(주요과목)+수우미양가(기타과목)석차(주요과목)+수우미양가(기타과목)수우미양가
이화여대석차(30)+수우미양가(70)석차(30)+수우미양가(70)수우미양가

홍성철기자 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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