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EFL출제방식 변경]문법 없어지고 말하기 평가 추가

  • 입력 2004년 10월 7일 18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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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9월부터 토플(TOEFL)에서 문법이 사라지고 말하기가 추가되는 등 출제방식이 대폭 바뀐다. 토플은 그동안 지필고사식(PBT)에서 2000년 10월 컴퓨터 활용 출제(CBT)로 전환돼 시행 중인데 앞으로 인터넷을 활용한 출제방식(IBT·Internet-Based TOEFL)으로 다시 바뀔 예정이다. CBT는 응시자의 실력에 따라 문제의 난이도가 자동 조절되지만 IBT는 ‘문제은행’에서 출제돼 같은 시간에 보면 동일한 문제를 푸는 것이다. 출제를 주관하는 미국 ETS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차세대 토플’의 유형과 전문가들의 조언을 통해 대비책을 알아본다. 》

▽어떻게 달라지나=가장 큰 특징은 문법이 없어지고 회화능력 평가가 추가되는 것이다.

토플 대행기관인 한미교육위원단은 “IBT는 영어의 실제 사용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평가방법”이라며 “영어를 얼마나 잘 읽고 쓰고 듣고 말하는가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또 ‘복합형 문제’가 많아진다. 듣기라도 지문을 읽은 뒤 대화를 듣고 문제를 풀어야 한다. 단순 대화 듣기 평가는 없어진다. 말하기도 ‘듣고 말하기’, ‘읽고 들은 뒤 말하기’ 등으로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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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T는 300점 만점이지만 IBT는 듣기 읽기 말하기 쓰기가 각각 30점씩 총 120점이다. 시험 결과는 응시 10일 뒤 인터넷과 우편으로 받을 수 있다. 응시료는 결정되지 않았다.

ETS측은 “대학 입학 지원의 목적으로 시행되는 다른 시험과 비슷한 수준에서 책정될 것”이라고 밝혀 오를 가능성이 높다. 현재 응시료는 토플이 130달러, GRE는 175달러, GMAT는 225달러다.

▽말하기 평가 대폭 강화=말하기 평가는 영어 능력을 종합 평가하는 것으로 3개 유형에 6개의 질문이 나온다.

첫 번째 유형은 주어진 주제에 대해 30초 동안 준비하고 1분간 말하는 것으로 가장 평이하다.

두 번째는 지문을 읽고 대화를 들은 뒤 관련 주제에 대해 45∼60초 말해야 한다. 예를 들면 학비를 올리겠다는 대학측의 공문을 읽은 뒤 이에 대해 토론하는 학생들의 대화를 듣고 최종적으로 학비 인상 이유를 영어로 대답해야 한다.

세 번째는 대학 강의나 토론식 수업처럼 긴 대화를 듣고 대답해야 한다. 얼마나 정확하게 읽고 들었는지, 얼마나 유창하게 표현하는지가 평가의 핵심이다.

작문은 2개 문항이다. 첫 번째는 5분 동안 지문을 읽고 들은 뒤 20분에 걸쳐 150∼225단어로 작문해야 한다. 예를 들면 ‘애타주의(altruism)’에 대한 지문과 대학 강의를 각각 읽고 들은 뒤 ‘강의의 주요 포인트를 요약한 뒤 왜 강의에서는 지문의 주장에 대해 회의적인지를 설명하라’는 질문에 답해야 한다.

두 번째는 자신의 지식과 경험에 따라 주어진 주제에 대해 30분 동안 300단어로 쓰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이들의 교육에는 좋은 교사가 좋은 부모보다 중요하다’는 의견에 대한 찬반의 주장과 논거가 담기도록 글을 써야 한다.

▽ETS 예시문제 공개=ETS는 1년간의 준비기간을 두기 위해 홈페이지(www.ets.org)에 모의문제를 제공하고 사이트에서 실제로 시험을 보고 성적도 받아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시험은 ‘읽기 쓰기 듣기’(20달러)와 ‘말하기’(30달러)로 나눠진다. 한번 돈을 내면 30일간 사이트를 이용할 수 있다.

또 유료 평가가 아니더라도 사이트에 있는 모의평가 문제를 참고하면 문제 유형 파악에 큰 도움이 된다.

▽시험 미리 준비하라=내년 9월 이후에는 IBT 성적을 요구하는 외국 대학이 많아지는 만큼 유학 희망자는 빨리 준비하는 게 좋다.

어학전문학원 프린스턴리뷰 이용훈 원장은 “작문이 새로 추가된 CBT가 처음 도입됐을 때 작문과 말하기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 학생들이 크게 당황했는데 IBT는 이보다 더 혁명적인 방식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익훈어학원의 이익훈 원장은 “말하기와 쓰기 등은 단기간에 실력이 늘지 않고 토플 성적의 유효기간이 2년인 만큼 이제라도 빨리 시험을 치르라”고 조언했다.

홍성철기자 sungchul@donga.com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영어 실제 사용능력 평가에 초점”▼

프랜시스 보이드

새로운 토플은 기존 시험과는 차원이 다르다. 기존 시험이 영어라는 언어를 얼마나 잘 아는지를 물어본 것이라면 새로운 시험은 영어를 생활에서 얼마나 잘 사용할 수 있느냐를 평가한다.

예를 들어 학생이 △교수가 낯선 주제로 빠른 영어로 강의할 때 필기할 수 있는지 △영어로 긴 강의를 듣고 토론할 수 있는지 △긴 지문을 빨리 읽고 학생들과 대화할 수 있는지 등을 다루는 게 ‘차세대’ 토플이다.

한국 학생들은 이제까지처럼 단어를 달달 외우고 영문법 규칙을 익히는 방식으로는 새로운 시험에 대비할 수 없다. 말하기 듣기 쓰기 읽기 등 4개 영역을 따로 공부해 왔다면 이제부터는 확 바꿔야 한다.

우선 시험을 잘 보려면 교수와 학생간의 대화, 기숙사 등 대학생활에서의 표현을 자주 접하고 미국 대학의 ‘정신훈련’인 비판적 사고를 생활화해야 한다.

ETS의 홈페이지에서 정보를 얻고 많이 연습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공부뿐 아니라 영화, TV, 라디오 등을 통해 영어와 친숙해져야 한다.

무엇보다 미친 듯이 읽어라. 책, 잡지, 신문, 인터넷사이트 등을 폭넓게 활용하라. 또 한 가지 주제에 대해 다양한 글을 읽는 것도 도움이 된다.

필자는 미국 컬럼비아대의 영어교육프로그램(ALP)에서 한국 학생들을 많이 가르쳐 봤다. 상당수 학생은 높은 토플 성적을 받고 아이비리그 등 미국 유수의 대학에 입학했다.

그러나 새로운 토플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받으려면 문법 독해 단어 암기에 매달리던 기존의 공부방식에서 탈피해야 한다.

세련된 토론능력, 수업시간에 자신 있는 발표능력, 특정 주제를 심도있게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새 시험은 경기규칙보다 경기를 얼마나 잘 하느냐를 평가하는 것이다. 한국 학생들이 문법공부를 잘 하듯이 새 기술을 익힌다면 좋은 성적을 얻는 것은 물론 유학생활도 성공적일 것이라고 확신한다.

프랜시스 보이드·미국 컬럼비아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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