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김장중]‘NEIS 밀실합의’ 이해안가

  • 입력 2004년 9월 29일 18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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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중
23일 교육인적자원부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의 27개 영역 가운데 정보보호 논란을 빚어 온 3개 영역의 새 시스템을 내년 9월부터 전격적으로 도입하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을 듣는 순간 ‘교육부가 또 일을 저질렀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전교조와의 ‘NEIS 밀실합의’는 교육부가 ‘다 된 밥에 뭘 빠뜨리는’ 격이다. 협상의 원칙을 무시하고 다른 교육 주체들을 철저히 배제한 악수(惡手)를 두었기 때문이다. 지난 3년간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NEIS 정책은 전교조가 처음 문제를 제기하고 주도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진행과정을 보면 교원단체는 물론 학부모단체, 지방교육청, 교육전문가, 비정부기구(NGO) 등이 참여한 전형적인 ‘다자협상(multilateral negotiation)’ 방식이었다. 다양한 교육관련 주체들의 의견이 수렴되고 원만한 합의가 이뤄졌기에, 이제 교육부가 소신을 갖고 합리적으로 정책을 결정하고 추진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교육부가 갑자기 전교조와 단독으로 밀실합의를 한 사실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다른 주체의 양해나 동의도 없이 협상 당사자들 가운데 특정 단체만을 상대로 합의문을 교환하고, 그것을 보란 듯이 떠드는 것은 국가기관으로서의 올바른 업무절차가 아니다. 두 주체간의 합의만으로 새 제도가 온전하게 시행되리라고 생각했다면 그것은 지나치게 순진한 생각이다.

교육부는 “앞으로 관련 단체 의견을 들어 새 시스템 구축 기본계획을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교조 외에는 모두 들러리로 생각해 무시하는 상황에서 어느 단체가 그 계획에 참여하겠는가. 전격적인 밀실합의는 모처럼 안정되어 가는 교육사회를 다시 갈등과 반목으로 몰아넣고 있음을 교육부는 분명히 알아야 한다.

김장중 인간교육실현 학부모연대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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