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으로 끝난 ‘10억 만들기’…투자실패 父女 동반자살 기도

  • 입력 2004년 9월 5일 18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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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억 만들기’를 위해 돈을 주식과 복권에 투자했다가 모두 탕진한 부녀(父女)가 동반자살을 기도하는 비극적인 일이 벌어졌다.

부산의 세무서 등에서 9급 공무원으로 일하다가 20여년 전 퇴직해 카페를 운영하던 A씨(57). 그는 부인과 사별하자 장사를 접은 뒤 부산의 대기업에 다니다 서울로 발령받은 외동딸(30)과 함께 2001년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의 옥탑방으로 이사했으나 딸도 “일이 힘들고 승진도 잘 안 된다”며 입사 8년 만인 지난해 5월 직장을 그만뒀다.

가난에 수입조차 없던 부녀는 당시 사회적으로 큰 열풍이 불던 ‘10억 만들기’의 꿈에 빠졌다. 그리고 딸이 퇴직금으로 받은 5000만원으로 1년 안에 10억원을 벌지 못하면 동반 자살을 하기로 약속했다.

이들은 5000만원 중 절반은 로또복권에, 나머지 절반은 주식에 투자했다. 하지만 2000여만원을 들여 산 로또복권은 고작 300만원가량의 당첨금으로 돌아왔고 주식 가격도 계속 떨어지기만 했다.

이들은 로또복권과 주식에 투자했으나 실패, 돈을 모두 탕진해 ‘살기 싫어 간다. 갈 때가 돼 간다’는 내용의 유서를 썼고 지난달 22일 딸이 먼저 집 문간에서 목을 매 목숨을 끊었다.

A씨는 자신도 목을 매려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고 다음날 술을 치사량까지 마신 채 쓰러졌다. 그러나 24일 월세를 받으러 온 집주인이 딸의 시신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쓰러진 A씨를 병원으로 옮겨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

경찰은 A씨를 병원에서 체포해 범행 일체를 자백 받고 4일 딸의 자살을 방조한 혐의로 구속했다.

유재동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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