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수 대전지검장 ‘그래도 검찰이다’ 기고 파장

  • 입력 2004년 8월 30일 18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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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수(柳聖秀·사진) 대전지검장이 검찰 동호지인 ‘검찰가족’ 8월호에 쓴 ‘그래도 검찰이다’란 글이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유 지검장은 권두사에서 “정치권 일부에서는 대선자금 수사를 ‘무소불위한 검찰 권력의 행사’로 매도하면서 검찰 권한을 견제하려는 움직임이 있으며, 기소권까지 갖는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고비처)를 신설하는 일이 진행되고 있다”며 “올가을에는 경찰이 수사권 독립을 반드시 이뤄내겠다는 움직임이 있다는 말도 들린다”고 썼다.

유 지검장은 “우리 주변엔 우방이 하나도 없다. 대선자금 수사 때 박수 치던 국민조차 요즈음엔 우리 편이 아니다”며 “전에는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아 비난을 받았다면, 이번에는 일을 너무 철저히 잘했기 때문에 비난을 받고 있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변화를 요구하는 시대에 검찰만 버틸 수는 없지만 검찰의 앞날을 검찰 스스로가 설계하지 못하고 검찰 기능의 일부가 외부 기관에 의해 재단되고 설계되고 있다는 점이 가슴 아플 뿐”이라고 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시대가 변해도 우리가 맡은 일은 제대로 해야 하고 스스로에 대한 자정 노력은 계속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 뒤 “검찰은 변해도 검찰이기 때문”이라고 글을 맺었다.

이와 관련해 검찰 안팎에선 “여권의 고비처 신설 움직임에 불만을 표출한 것” “경찰의 수사권 독립 문제를 미리 경계하자는 것” 등의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한 중견 검사는 “검찰이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짚었다”고 말했으나, 대검찰청의 한 간부는 “검찰 스스로 할 일에 충실하자는 당부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유 지검장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사법시험 동기(사시 17회)로 대검 감찰부장 등을 지냈다.

조수진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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