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태풍은 영호남을 더 가깝게 했다”

  • 입력 2004년 8월 27일 21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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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전 전남 화순군 도곡면 효산리.

파프리카(단고추의 일종)를 주로 재배하는 이 마을은 18일 태풍 ‘메기’가 300mm 이상의 비를 쏟아 부으면서 100여동의 비닐하우스가 물에 잠기는 피해를 입었다. 태풍이 지나간지 10일이 지났지만 비닐하우스에는 파프리카가 흙탕물을 뒤집어 쓴 채 여기저기 널려있고 줄기와 잎사귀는 썩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이날 파란 조끼를 입은 자원봉사자들이 뭉그러진 파프리카를 걷어내느라 구슬땀을 흘렸다. 이들은 새벽에 관광버스 2대에 나눠 타고 3시간 반을 달려온 경남 마산시청 공무원들.

마산시청은 ‘을지연습’을 마치고 하루 쉬는 공무원들과 읍 면 동사무소 직원 가운데 자원봉사자를 모집해 25일부터 사흘동안 매일 90명씩 복구팀을 꾸려 화순군에 보냈다.

공무원들은 수해 농민들에게 폐를 끼칠까봐 점심 도시락은 물론 마실 물과 간식까지 준비해 왔다.

이들이 온 것은 지난해 태풍 ‘매미’로 마산시내 항포구와 어시장, 주택가가 침수피해를 입었을 때 전남지역 자치단체에서 보내준 온정에 보답하기 위해서.

이날 복구팀을 이끌고 온 문병석 마산시청 시정계장(48)은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 영호남이 따로 있겠느냐”면서 “직원들이 7시간 동안 복구작업을 벌였으나 생각했던 것 보다 피해가 커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 마을 진완섭씨(46)는 “파프리카 비닐하우스 6동이 침수 피해를 입었지만 일손이 없었는데 멀리서 온 공무원들이 자기 일처럼 도와줘 재기할 힘이 생긴다”며 고마워했다.

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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