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체1급 박건희씨 광운大 수시합격 “꿈이 있잖아요…”

  • 입력 2004년 8월 26일 18시 59분


코멘트
“열심히 공부해 다큐멘터리 프로듀서가 꼭 되고 싶어요.”

지체1급의 장애를 가진 서울 강동구 상일동 주몽학교 3학년 박건희씨(20·사진)가 2005년도 광운대 수시모집에서 장애특례가 아닌 지원분야 특기생으로 당당히 미디어영상학부에 합격했다.

광운대 김승제 입학홍보처장은 “박씨의 능력이 멀티미디어 제작특기자 부문에 지원한 다른 비장애 지원자에 비해 상당히 뛰어났다”고 말했다.

근이영양증이라는 병으로 선천적 장애를 갖고 태어난 박씨는 홀로 자신을 돌봐 주던 아버지마저 뇌중풍으로 쓰러진 뒤 아홉 살부터 주몽재활원에서 생활했다.

근이영양증은 근육의 영양장애로 팔 다리 등을 움직일 수 없게 되는 질병.

주변 친구들과 선생님들 사이에서 ‘빌 게이츠’, ‘리틀 강제규’라고 불리는 박씨는 고등학교 때부터 컴퓨터와 영상제작 분야에서 재능을 나타냈다.

박씨는 제2회 대한민국청소년미디어대전 입선, 제3회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최우수 작품상 수상 등 화려한 입상 경력을 갖고 있다.

박씨에게 아버지 같은 존재인 담임교사 김찬규씨(40)는 “건희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대학에 진학하겠다는 열정이 누구보다 강했다”며 “지금과 같은 노력으로 본인이 원하는 다큐멘터리 프로듀서가 꼭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씨는 “처음엔 신체적 제약과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대학 진학이 어려울 것이라고 낙담했는데 선생님께서 힘을 주셨다”며 “선생님께서 원서 접수부터 면접까지 모든 일정을 함께하면서 대학 진학에 대한 꿈을 포기하지 않도록 도와주셨다”고 고마워했다. 어려운 가정 형편상 텔레마케터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비를 벌고 있는 박씨는 “대학에 가면 다큐멘터리 프로듀서가 되기 위한 공부도 열심히 하고 대학 생활에도 잘 적응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신수정기자 crystal@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