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 대법관 “외부입김에 흔들리면 자질없는 것”

  • 입력 2004년 8월 25일 18시 57분


코멘트
김영란 대법관이 25일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임기를 시작했다. 사상 첫 여성 대법관인 그는 “남성적 감수성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여성적 감수성으로 소수의 감수성을 이해하면서 일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연합
김영란 대법관이 25일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임기를 시작했다. 사상 첫 여성 대법관인 그는 “남성적 감수성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여성적 감수성으로 소수의 감수성을 이해하면서 일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연합
사상 첫 여성 대법관 후보로 제청돼 국회 인준 절차를 마친 김영란(金英蘭·48) 대법관이 25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정식 대법관으로 업무를 시작했다. 임기는 6년.

김 대법관은 “제가 대법관이 된 것은 다양한 가치관을 반영해 달라는 시대적 소명에서 비롯된 것 같다”며 “남성적 감수성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여성적 감수성으로 소수의 감수성을 이해하면서 일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기수가 한참 높은 선배 대법관들과 함께 판결하더라도 하고 싶은 말은 다 하겠다”고 말했다.

―정식으로 대법관이 된 소감은….

“책임이 무겁다. 즐겁고 영광스럽다는 말보다 두렵다는 말이 먼저 나온다. 열심히 하겠다.”

―최근 사법부가 시민단체 등 외부 입김에 흔들린다는 지적도 있는데….

“외부 입김을 의식해서 판결한다면 판사로서의 자질이 없다는 뜻 아닌가.”

―사법부 개혁 방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법률 소비자인 시민의 요구와 동떨어지면 개혁의 효과가 피부에 와 닿지 못한다. 법률 소비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야 한다.”

―여성이기 때문에 차별을 받은 경험이 있나.

“출산 육아문제에서 먼저 부닥친다. 택시나 지하철을 탈 때도 여성에게는 반말을 사용하는 등 사소한 곳에서도 많다. 너무 시시한 예를 드는 것 같은데 시시한 것, 일상적인 것이 중요하다.”

―호주제와 국가보안법 폐지에 대한 생각은….

“호주제는 폐지가 옳다. 국보법 폐지 문제는 정치권에서 선택해주면 된다. 법관 개인의 생각을 답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선배 대법관들과 함께 일해야 하는데 부담스럽지 않나.

“당당하게 하겠다. 선배 대법관들도 그런 것 신경 쓰지 말고 하고 싶은 말 있으면 하라고 그러셨다.”

―여고 동창인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한테서 축하는 받았나.

“최근에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축하해 주더라. 자기가 장관에서 물러나고 제가 대법관으로 들어오니 참 좋다고 말했다.”

―동생(김문석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판결이 대법원에 상고돼 배당되면 어떻게 처리하겠는가.

“원리원칙대로 하겠다. 동생이 들으면 서운해 할지 모르지만….”

한편 김 대법관의 남편인 강지원(姜智遠·54·전 청소년보호위원장) 변호사는 이날 부인에 대한 올바른 외조의 의미로 법률사무소(청지) 대표 변호사직을 사퇴하고 방송 시사프로그램 진행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강 변호사는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되는 부인의 공정한 재판 수행에 지장을 주고 싶지 않다”며 “법률사무소 고문직만 유지하면서 청소년과 여성, 공익사건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수형기자 sooh@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