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불법 광고물 단속 따라가 보니

  • 입력 2004년 8월 23일 18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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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의 한 골목. 서대문구청 직원들이 불법 벽보를 뜯어내고 있다. 그러나 본드로 붙여 놓은 벽보는 쉽게 뜯어지지 않았고, 겨우 뜯어내면 그 속엔 또 다른 벽보들이 몇 겹씩 붙어 있었다.- 장강명기자
18일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의 한 골목. 서대문구청 직원들이 불법 벽보를 뜯어내고 있다. 그러나 본드로 붙여 놓은 벽보는 쉽게 뜯어지지 않았고, 겨우 뜯어내면 그 속엔 또 다른 벽보들이 몇 겹씩 붙어 있었다.- 장강명기자
19일 오후 3시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신촌로터리∼녹색극장의 인도. 건물 벽, 분전함 옆면, 공사장 울타리 등 조금이라도 평평한 공간이 있으면 어김없이 각종 공연과 영화 포스터, 나이트클럽의 선전물이 덕지덕지 붙어 있다.

“녹색 테이프로 붙인 벽보들은 비가 오면 무거워서 떨어지기도 하는데 이런 것들은 본드로 붙인 겁니다. 떼어지지 않으니까 긁어내는 수밖에 없어요. 그러면 자국이 남아서 아주 흉물스럽죠. 그렇다고 방치해 두면 그 위에 붙이고 또 붙여서 두꺼워집니다.”

이날 기자가 동행 취재한 서대문구 건설관리과 직원 8명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광고물을 뜯어 내느라 진땀을 흘렸다. 직원들은 이날 홍은동∼서대문사거리∼아현동∼신촌∼남가좌동∼홍은동 순으로 두 번을 돌았다.

기자가 실제로 벽보를 떼어 보니 영화 포스터가 세 겹, 네 겹으로 붙어 있는 곳이 태반이었다. 그나마 영화 포스터는 양반인 편. 나이트클럽 광고물이나 웨이터의 홍보물 같은 경우 조악한 편집에 낯 뜨거운 문구가 가득하다.

창천동사무소∼녹색극장 일대 이른바 ‘모텔 골목’에 들어서자 반라의 여인 사진과 자극적인 문구가 거의 도색잡지 수준인 명함 크기의 ‘전화방’ 전단지들이 골목 양측에 수북하게 쌓여 있다.

서대문구 장영호 광고물관리팀장은 “어떤 날은 하루에 수천 장씩을 수거하곤 한다”며 “그나마 유영철 연쇄살인사건 여파로 전화방 전단이 크게 줄어든 게 이 정도”라고 말했다.

현수막은 업주들이 구청 단속 시간을 교묘하게 피해서 단다. 금요일 밤에 붙였다가 월요일 새벽에 떼서 단속을 피하려는 것. 그러면 구청에서도 야간이나 주말에 단속을 해야 한다. 별도로 철거업체에 용역을 주는 자치구도 있지만 예산이 넉넉지 않은 대부분의 구청에서는 공무원들이 직접 나선다. 일주일에 두 번 실시하는 야간 단속은 가욋일이 된다.

현재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 상 현수막 벽보 전단 등 유동광고물을 불법으로 부착하면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서대문구의 경우 벽보 1장에 1만∼1만2000원을 부과하고 있다.

장 팀장은 “벌금이 광고 효과에 비해 미미하기 때문인지 업주들이 벌금을 우습게 본다”며 “특히 유동인구가 많은 신촌에는 내용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는 이미지 광고가 많은데 이런 벽보는 누가 붙였는지 알 수 없어 과태료 부과가 어렵다”고 말했다.

올해 1월∼7월 말까지 서울에서 철거된 벽보 현수막 등 불법유동광고물은 모두 1364만건(과태료 14억5500만원).

일반 시민도 주차된 승용차나 아파트 현관, 복도 등에 불법광고물이 붙어 있을 경우 해당 자치구 광고물 관리부서에 인터넷이나 전화 등을 통해 신고하면 된다.

하지만 철거는 구청장 권한이므로 불법 벽보나 현수막이라도 시민이 임의로 철거하지 못하게 돼 있다. 서울시 김범영 광고물정비팀장은 “시민이 개인적으로 불법 전단을 떼다가 전단 붙이는 사람들과 시비가 붙는 경우가 간혹 있다”며 “시민정신은 고맙지만 직접 나서기보다는 신고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장강명기자 tesomiom@donga.com

★이 기사의 취재에는 본보 대학생 인턴기자인 송상아씨(연세대 생활디자인 4년)도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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