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밥상공동체 화재 넉달만에 무료급식소 재건

  • 입력 2004년 8월 16일 19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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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더미 속에서 ‘희망’이라는 꽃이 피어났습니다. 이런 것이 기적 아닐까요.”

강원 원주시의 원주밥상공동체 대표 허기복(許基福·48·사진) 목사는 불이 난 지 4개월 만인 16일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 덕택에 무료급식소를 다시 연다”며 소감을 이같이 말했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 활동을 시작한 원주밥상공동체는 홀로 사는 노인과 빈곤층에게는 따뜻한 밥 한 끼를 제공하는 식당이었으며, 실직자와 노숙자에게는 자활의 희망을 꿈꾸게 하던 터전이었다.

그러나 창립 6주년 행사를 한 이틀 뒤인 4월 9일 누전으로 화재가 나 잿더미로 변했다.

화마(火魔)가 남긴 상처는 컸지만 전국 각지에서 전해 온 온정의 손길은 이 상처를 치유하기에 충분했다. 화재 다음날에도 인근 공터에서 어렵게나마 무료 급식이 진행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각계에서 성금이 답지했다.

김진선 강원도지사와 김기열 원주시장이 건물 건립을 위해 각각 5000만원씩을 지원해 우선 확보된 1억원으로 신축에 들어갔다.

하지만 건물을 완공하기엔 돈이 부족했다. 밥상공동체는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와 공동으로 ‘사랑의 개미군단 1만명-1만원 운동’을 벌였다. 두 달 만에 1만명 이상이 참여해 1억5500여만원을 모았다.

허 목사는 “사흘간 폐지를 팔아 모은 돈 2만원을 건네며 ‘힘내라’고 격려해 주시던 할아버지부터 가정주부, 초등학생, 기업체 및 관공서 등 각계각층에서 성금이 답지했다”며 “따뜻한 마음을 기억하기 위해 신축 건물에 성금을 내신 분들의 성함을 새겼다”고 말했다.

신축건물은 1층에 무료급식소를 비롯해 화목쌀 나눔방, 주방, 봉사자실, 방송실 등과 2층에는 노인일터센터와 무료진료실, 이미용실, 목욕실, 세탁실 등을 갖췄다.

허 목사는 “개미군단이 만들어 낸 사랑의 기적이 여전히 소외받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의 이웃들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원주=최창순기자 cs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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