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 먹은 한반도… 폭염 탈출 백태

  • 입력 2004년 8월 11일 18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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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낮 기온이 36도를 넘어서는 등 10년 만의 폭염이 계속되자 시민들 사이에 ‘더위와의 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갖가지 방안이 속출하고 있다.

▽“최고의 피서지는 사무실”=바깥 기온이 30도를 훨씬 웃도는 데 비해 대형 빌딩의 실내온도는 이보다 10여도 낮은 25도 내외. 가장 효율적인 피서법은 아예 외부 공기를 접촉하지 않는 것이다.

직장인 이향아씨(29)는 “시원한 사무실을 가급적 벗어나지 않으려는 ‘스테이 오피스족’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점심시간에도 밖에 나가지 않기 위해 도시락을 싸오거나 구내식당을 이용하는 동료가 많다”고 덧붙였다.

방학 중인 대학가 역시 냉방이 잘 되는 도서관과 구내식당, 매점 등이 하루 종일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대학생 정우진씨(26)는 “요즘 도서관에는 간단한 매점이나 자판기가 다양하게 갖춰져 있어 하루 종일 건물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된다”며 “아침 일찍 와도 자리 잡기가 힘들 정도”라고 말했다.

정파간 공방이 끊이지 않는 국회도 더위 때문에 잠시 휴전 상태.

국회 본청에서 평균 200m 떨어진 외부식당 대신 국회 내 식당을 찾는 의원 등이 늘면서 점심시간에는 길게 줄을 선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한다. 의원식당 관계자는 “7월보다 손님이 10% 이상 늘었다”며 더위가 싫지 않은 눈치.

▽“밤새 안녕하세요”=밤에도 25도가 넘는 열대야가 계속되자 전날 밤 더위를 어떻게 극복했는지가 요즘 직장인 사이의 최대 화제다.

서울 광화문 정부중앙청사에 근무하는 한 공무원(5급)은 “어젯밤엔 뭘 하며 보냈느냐고 묻는 것이 요즘 아침인사”라며 “밤에 잠을 자지 않고 점심시간 등에 낮잠을 자는 사람도 많다”고 전했다.

더위 속에 억지로 잠을 청하기보다는 다른 일을 하고 낮에 시원한 사무실 등에서 잠깐씩 수면을 보충한다는 것.

12일 새벽부터 시작된 아테네 올림픽 경기를 중계하거나 영화 등을 상영하는 심야영업 업소와 공원도 늘고 있다. 서울 강남구청은 양재천 공원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하고 오후 8시부터 ‘트로이’와 ‘슈렉’ 등 영화를 무료 상영하고 있다.

회사원 김형석씨(29)는 “더위에 잠을 청하기도 어려운데 친구들과 공원이나 집에서 한국팀의 올림픽 경기를 시청하며 막바지 더위를 이겨 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야식업체들은 올림픽 기간에 집에서 올림픽 경기를 즐기는 ‘방콕족’의 주문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해 특별 메뉴와 패키지 상품을 준비하는 등 ‘열대야 마케팅’을 펼칠 계획이다.

김재영기자 jaykim@donga.com

정세진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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