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이전 헌소,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

  • 입력 2004년 8월 9일 16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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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행정수도 건설특별법 위헌 헌법소원 사건을 두고 헌법소원 대리인과 정부측 대리인단 사이에 전운이 고조되는 가운데 법조계 안팎에선 이런 관전평이 나오고 있다.

정부쪽 변호사들은 국내 유수의 법무법인이 맡아 화려한 진용을 자랑하는 반면, 청구인쪽 대리인은 개인 자격의 변호사 3명이 맡고 있어 상대적으로 초라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엄밀히 말해 청와대나 건설교통부 등 정부는 이 사건의 당사자가 아니다. 법령의 위헌 여부를 다투는 헌법소원의 경우에는 청구인만 있고 피청구인(청구인의 상대방)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의 법을 집행하는 곳이 정부이기 때문에 정부는 사실상 피청구인 역할을 하게 된다. 헌법재판소도 이런 사정을 고려해 지난달 중순 청와대와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회, 건설교통부 등에 의견서 제출을 요청했다.

헌재의 요청 이후 청와대와 건설추진위는 의견서 제출 등을 맡을 대리인 선임에 착수해 최근 법무법인 태평양을 공식 선임했다. 태평양은 전직 대법관과 검찰총장을 비롯해 100여명의 변호사가 있는 국내에서 2, 3위 규모의 명문 로펌이다.

건교부는 법무법인 화우를 대리인으로 선임했는데, 화우에는 전직 대법원장과 대법관 등이 있다. 화우는 노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을 맡아 탄핵기각 결정을 끌어내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법조계에서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스스로 행정수도 이전에 대해 '정부의 명운과 진퇴를 걸었다'고 공언한 만큼 정부가 최고의 변호사들을 선정하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니겠느냐"는 반응.

그러나 일부에서는 대형 로펌들이 국가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에서 정부기관을 대리하는 것은 '권법(權法) 유착' 의혹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동대 법대 김두식 교수(변호사)는 그의 저서 '헌법의 풍경'에서 "법조인 본연의 임무는 고객을 대리해서 국가권력을 견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반해 청구인측 대리인단은 이영모(李永模) 김문희(金汶熙)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과 이석연(李石淵) 전 헌법 연구관 등 3명. 이들 가운데 이 전 재판관과 김 전 재판관은 법무법인 신촌 소속인데, 이곳은 변호사 수가 4명에 불과하다. 더욱이 이들은 70세 가까운 고령인데다, 서류 작성 등을 직접 챙기고 있어 건강에 무리를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재판관은 지난 달 헌법소원 청구서를 직접 작성한 뒤 일주일동안 몸살을 앓았다고 사무실 관계자가 전했다.

이수형기자 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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