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로운 의경…물에 빠진 동료 구하려다 익사

  • 입력 2004년 8월 8일 23시 48분


형사사건 용의자가 버린 증거물을 찾기 위해 수색작업을 벌이던 의무경찰이 물에 빠진 동료를 구하려다 익사했다.

8일 오전 9시반경 대전 대덕구 석봉동 현도교 아래 금강에서 수색작업을 하던 대전북부경찰서 방범순찰대 소속 박범식 상경(21)이 물에 빠진 동료 이모 상경(22)을 구하려다 실종됐다. 박 상경은 2시간여 만에 주변에서 익사체로 발견됐다.

다른 대원들은 이 상경을 구해 강 밖으로 옮기느라 경황이 없어 박 상경의 사고 사실을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다. 방범순찰대장 김재춘 경감은 “박 상경은 수영을 잘해 탐침봉을 들고 강안(江岸)에서 가장 먼 쪽에 배치됐다가 이 상경 구조에 동참했다”며 “이 과정에서 박 상경도 발을 헛디딘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박 상경의 유족들은 “경찰의 안전불감증이 빚어낸 사고”라며 반발하고 있다. 119구조대나 잠수부의 도움을 얻어야 할 강바닥 수색을 아마추어인 의경들에게 맡겼고 그나마 구명조끼나 로프조차 지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전북부경찰서는 이날 새벽에 검거한 날치기사건 용의자들이 “훔친 차량 번호판 10여개를 현도교 아래에 버렸다”고 진술함에 따라 의경을 동원해 증거물을 찾던 중이었다.

북부경찰서 관계자는 “휴가철이라 잠수부 동원이 여의치 않았다”며 “평균 수심이 1m에 불과해 의경들을 투입했는데 이런 사고가 날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대전=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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