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기지 조기반환… 경기지역 엇갈린 民心

  • 입력 2004년 7월 27일 19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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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이전이 결정된 경기 파주시 캠프 하우즈 입구. 미군 부대가 이전하는 파주시와 의정부시 지역은 개발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어 있지만 미 2사단 주력 부대가 떠나는 동두천시와 이전 예정지인 평택시 주민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동아일보 자료사진
조기 이전이 결정된 경기 파주시 캠프 하우즈 입구. 미군 부대가 이전하는 파주시와 의정부시 지역은 개발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어 있지만 미 2사단 주력 부대가 떠나는 동두천시와 이전 예정지인 평택시 주민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동아일보 자료사진
《주한미군 재배치가 최종 확정되면서 경기지역 민심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부대 조기 이전이 결정된 파주시와 의정부시 등은 지역개발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어 구체적인 부지 활용 계획 수립을 서두르고 있는 반면 지역경제를 떠받쳐 온 미 2사단 주력부대가 떠나는 동두천시와 이전 예정지로 땅을 수용 당해야 하는 평택시 주민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개발계획 수립 앞당겨=파주시는 2006∼2011년으로 예상됐던 6개 캠프의 반환 시점이 내년으로 앞당겨지자 당장 내년 도시기본계획에 개발계획을 반영할 수 있도록 행정절차를 앞당길 방침이다.

파주시 염인식 기획실장은 27일 “미군기지가 반환될 것을 예상해 활용 방안에 대한 용역을 발주해 결과까지 받은 상태”라며 “그 내용을 내년 도시기본계획에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파주시는 △캠프 하우즈(19만2000평)는 대학 및 벤처육성시설 △캠프 에드워즈(4만1000평)는 행정타운 △캠프 자이언트(5만1000평)는 주거 및 상업시설 △캠프 게리오웬(8만6000평)은 주거 및 문화복지시설 △캠프 그리브스(7만1000평)는 전쟁사박물관 등 테마공원 △캠프 스탠턴(8만2000평)은 무역 유통 및 산업집적배후지 등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특히 LG필립스 배후 지원단지 예정지인 파주시 문산읍 캠프 자이언트 주변 주민들은 “조기 이전으로 지역개발에 가속도가 붙게 됐다”며 크게 환영했다.

그러나 일부에서 ‘미군기지가 서류상으로는 반환되지만 기존 시설물은 그대로 유지시켜 사실상 지역개발과는 상관이 없을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아 파주시가 사실 확인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의정부시도 조기 반환에 따라 도시기본계획에 개발 방안을 반영키로 했다.

시는 △금오동 캠프 시어즈와 카일(8만4000평)은 의정부지법과 의정부지검, 제2교육청, 제2경찰청 등 행정타운 △의정부역 캠프 홀링워터(7만2000평)는 공원과 녹지 등 주민 휴식공간 △금오동 캠프 에세이욘(9만3000평)은 주거 및 레포츠 시설 등을 만들 계획이다.

이에 대해 ‘미군기지 없는 평화도시 만들기 의정부시민연대’는 27일 성명서를 내고 “시민의 노력으로 미군기지가 시민 품으로 돌아오게 됐다”며 “시는 민관추진위원회를 구성해 구체적인 활용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가장 규모가 큰 캠프 스탠리와 캠프 레드클라우드 102만평은 추후 양국 지도부 합의에 따라 반환시기가 결정될 것으로 알려져 주민들이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지역 시민운동가인 임성수씨(39·여)는 “의정부, 동두천시를 보면 반영구적인 공여지 제공의 피해가 잘 드러나고 있다”며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을 통해 임대료 징수, 임대기한 제정 등 근본적인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강원 춘천시 미 항공대 캠프 페이지가 이전해 올 것으로 알려져 주민들이 강력히 반발해 온 이천시 대월면 항공작전사령부 주변 주민들도 계획이 취소되자 크게 반기고 있다. 이천시 관계자는 “이전 예정지 20만평이 도시계획구역 밖이고 대부분 농림지로 별도의 개발계획은 없었지만 헬기부대가 오면 주민의 피해는 물론 소음과 진동 등으로 주변 하이닉스 반도체 생산에도 차질이 예상됐다”며 “걸림돌이 제거된 만큼 장기적으로 활용 계획을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어떻게 살란 말이냐”=용산기지와 미 2사단이 이전하는 평택지역 주민과 시민단체들은 “더 이상 물러설 곳도 없고 끝까지 싸울 것”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평택시는 이번 결정으로 지난해 10월 잠정 결정됐던 312만평보다 37만평이 늘어난 349만평을 미군기지로 제공해야 한다. 이는 유엔사와 한미연합사의 추가 이전에 따른 것으로 74만평을 수용할 예정이었던 미 공군기지(K-55) 주변의 추가 수용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미군기지확장반대 평택대책위 이호성 집행위원장(34)은 “명분 없는 미군기지 이전을 주민들과 함께 반드시 막겠다”며 “조만간 전국 반전평화단체 회의를 열어 투쟁계획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캠프 케이시와 캠프 호비(850만평)에 지역경제가 의존해 온 동두천시 주민들은 “대부분의 주민이 미군 관련 생업에 종사하며 살아 왔는데 이제 숨이 끊어질 시기가 앞당겨졌다”며 격앙된 표정이다.

이와 관련해 경기도는 정부에 부대 이전 뒤 동두천 지역의 경제 활성화 특별대책을 건의했으나 아직 이렇다할 반응이 없는 상태다.

보산동의 한 상인(56)은 “미군 재배치의 필요성도 인정하지만 주민들이 살아갈 대책도 마련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국가 안보를 위해 50년을 희생했는데 미군이 떠나면 무얼 먹고 사느냐”고 하소연했다.

▽대책은 없나=정부는 ‘주한미군기지 이전에 따른 평택지역 등의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9월 국회에 상정할 계획이다. 이 법은 대기업 공장 유치, 4년제 대학 신설, 공장 총량제 완화 등의 규제완화 조항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는 평택시에 미군과 한국인이 함께 어울려 살 수 있는 500만평 규모의 국제평화도시 건설 구상을 추진 중이다.

한편 동두천시는 이 특별법 대상에 동두천 지역도 포함시키고 전업 및 창업 비용을 저리로 융자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평택=남경현기자 bibulus@donga.com

의정부=이동영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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