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법관 심판하는 피고인 송두율씨

  • 입력 2004년 7월 23일 18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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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송두율씨가 인터넷매체와 인터뷰한 내용을 보면 2심 재판부가 베푼 집행유예라는 법적 관용이 이르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는 피고인이 마치 법관을 심판하듯 말해 재판관과 피고인이 뒤바뀐 느낌마저 들기 때문이다.

송씨는 사법부 법관들의 자질 문제를 지적하며 “인간이 인간을 판단하는 데 있어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자기반성이 없다는 점에 매우 놀랐다”고 말했다. 피고인 신분으로 법정에서 만난 몇 명 법관들에 대한 불만을 근거로 사법부 전체를 매도해 ‘억울한 죄인’임을 강변하려는 것인가.

송씨는 노동당원 입당 사실을 숨기고 황장엽씨를 상대로 명예훼손 민사소송을 냄으로써 소송 사기를 벌인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이런 거짓과 위선에 대해서는 무어라고 변명할 것인가.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 부분에 대한 2심의 무죄 선고 이유도 후보위원이라는 의심이 들지만 확실한 증명력을 갖춘 증거가 부족하다는 취지였다. 그의 ‘내재적 접근법’ 또는 ‘경계인’ 논리도 따지고 보면 북한의 세습독재체제를 옹호하고 미화하는 일방적 시각에 지나지 않는다.

송씨를 개선장군처럼 떠받드는 사회 일각의 분위기에도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그는 제주도와 전남대에서 강연을 할 예정이라고 하는데 여기서 어떤 발언을 할지 우려된다. 집행유예 신분인 피고인이 우리 사회의 체제를 흔들고 실정법을 위반하는 언행을 계속한다면 사법당국은 법 절차에 따라 집행유예 취소를 검토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본란은 송씨 석방에 즈음해 이 사건이 냉전시대의 유산임을 감안해 송씨에게 자숙하고 반성할 것을 당부했다. 다시 말한다. 송씨야말로 자기반성부터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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