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플린 KAIST 총장 취임 “연구중심 대학으로…”

  • 입력 2004년 7월 14일 19시 22분


코멘트
로버트 로플린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이 14일 취임식을 갖기에 앞서 열린 환영식에서 학생들에게 둘러싸인 채 축하를 받고 있다.-대전=뉴시스
로버트 로플린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이 14일 취임식을 갖기에 앞서 열린 환영식에서 학생들에게 둘러싸인 채 축하를 받고 있다.-대전=뉴시스
“스탠퍼드대를 비롯한 미국의 명문대학들이 본받고 싶어 하는 KAIST를 만들 겁니다.”

로버트 로플린 한국과학기술원(KAIST) 신임 총장(54)은 14일 오전 취임식에 앞서 교내 본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금까지는 KAIST가 미국 대학을 모방했지만 앞으로는 조류가 바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아시아가 제조업 분야에서 전 세계적으로 선두 위치에 있기 때문에 이 지역 이공계 대학들의 발전 가능성이 크고 노벨상 수상자도 많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과학기술 분야에 대해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로플린 총장은 “일부에서는 미국과 한국의 교육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역량 발휘가 어려울 것이라고 하지만 연구중심 대학을 만드는 일은 미국에서든 독일에서든 다르지 않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특히 “국가의 지원과 보조에 의존하는 연구에서 벗어나 앞으로 기업이 원하는 연구를 많이 하겠다”며 학교 예산의 확보처를 민간기업 등으로 다변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학생들의 경영참여 요구에 대해 그는 “이공계 학생들이 사회성을 보이면서 경영에 참여하려는 것은 좋은 일이기 때문에 장려하고 지지한다”고 말했다.

KAIST 총학생회는 학생 복지편의시설 운영과 실험실 안전대책 등 학생과 직접 관련된 사항에 대해서는 학생들의 의결권을 보장해 달라고 학교측에 요구하고 있다.

로플린 총장은 연구활동과 관련해 “전공인 이론물리학 분야의 연구 성과를 비전문가들도 알 수 있게 저널 등에 글로 발표하겠다”며 “제목은 아직 정하지 않았지만 겨울쯤 책을 영문판과 한국어판으로 출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부에서 노벨상 수상자의 KAIST 총장 취임을 계기로 이공계에 대한 일반의 관심이 높아지고 정부의 지원이 늘어나는 등의 ‘로플린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그러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근무조건에 대해 “2년 근무한 뒤 재계약하기로 했으며 연봉은 과학기술부로부터 언급하지 말아달라는 당부를 받았다”고 말했다.

로플린 총장은 회견에 앞서 교내 본관 앞에서 부인 애니타(52)와 두 아들, 학생 및 교직원들의 환영을 받고 “노벨상을 받았을 때처럼 기쁘다. 왕이 된 것 같은 기분이다”라며 소감을 밝혔다.

대전=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