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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6월 28일 18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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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월 말 이후 반경 4km 일대에서 5건의 살인 및 살인미수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경찰이 5개월째 탐문수사를 벌이고 있다.
몇 달째 집에도 들어가지 못했다는 한 수사관은 “솔직히 이제 더 이상 찾아낼 단서도 없다. 우연히 범인이 잡히거나 자수를 기대하고 있을 뿐”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꼬리 무는 살인사건=최근 서울 서남부 지역에서 여성을 상대로 한 살인과 살인미수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지만 수개월이 지나도록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이들 사건은 모두 원한이나 금품 혹은 성폭행과의 연관성을 찾지 못했다는 점, 늦은 시간 귀가하는 여성만을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 수법이 잔혹하다는 점 등 여러 공통점 때문에 온갖 괴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발단은 1월 30일 구로구 구로3동에서 시작된 40대 여성과 2월 26일 관악구 신림4동 10대 소녀에 대한 살인미수사건. 범인이 잡히지 않고 있는 가운데 4월 22일 구로구 고척동과 지난달 9일 동작구 신대방동, 같은 달 13일 영등포구 대림동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지난달 9일 신대방동 보라매공원 앞에서 흉기에 찔린 여대생 김모씨(22)가 숨지기 직전 “범인이 40대 남자인데 모르는 사람”이라고 말한 점 등에 비춰 불특정인을 대상으로 하는 ‘무동기 살인’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흉흉해진 민심=이 때문에 이 지역은 늦은 시간에 돌아다니는 젊은 여성이 거의 없을 정도로 민심이 흉흉해졌고 ‘살인 괴담’마저 나돌고 있다. ‘여학생들의 피해를 우려해 각 학교의 야간 자율학습이 사라졌다’ ‘가해자는 고시생으로 목요일 밤에만 살인을 한다’ ‘실제 살인사건이 여러 건 더 발생했지만 언론과 경찰이 민심 악화를 우려해 감추고 있다’ ‘범인이 경찰이라서 못 잡는다’….
더욱이 이달 20일 강서구 가양동에서 20대 여성이 집안 장롱에서 숨진 채 발견되면서 이 같은 괴담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보라매공원 인근 음식점 여종업원인 박모씨(23·여·대방동)는 “요즘 늦게 퇴근할 때 호신용 칼을 갖고 다닐 정도”라며 “집이 가깝지만 집 앞까지 택시를 타고 퇴근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전전긍긍하는 경찰=경찰은 수사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자 유례없이 서울 전 경찰서에서 수백명의 강력반 형사를 차출하고 연인원 2만8000여명을 투입해 이 지역 수만 가구를 샅샅이 훑었으나 용의자를 찾지 못했다.
또 각 학교 교장에게 공문을 보내 괴소문에 동요하지 말 것을 당부했고, 보라매공원 주변에서는 자전거순찰대까지 운영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목격자 진술 등에 비춰볼 때 동일범은 아닌 것 같다”며 “무동기 살인일 가능성은 높지만 ‘제2의 화성살인사건’ 등은 모두 소문이 부풀려진 것”이라고 말했다.
정원수기자 needjung@donga.com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전지원기자 podrag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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