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잡는 女해병, 신고합니다”…사관후보생 6명 24일 임관

  • 입력 2004년 6월 18일 18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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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도 통과하기 힘든 14주간의 해병대 훈련을 마치고 24일 소위로 임관하는 6인의 여성 사관후보생. 왼쪽부터 전정화 이선영 박민선 황다혜 박진아 김혜진씨.-포항=연합
남자들도 통과하기 힘든 14주간의 해병대 훈련을 마치고 24일 소위로 임관하는 6인의 여성 사관후보생. 왼쪽부터 전정화 이선영 박민선 황다혜 박진아 김혜진씨.-포항=연합
“21세기 해병은 강하면서 섬세해야죠.”

18일 경북 포항의 해병대교육훈련단 연병장. 14주 훈련을 마치고 소위 임관을 앞둔 여성 사관후보생 6명이 ‘귀신 잡는’ 해병이 됐다.

김기남(金基男·준장) 훈련단장은 이들의 손가락에 해병 장교가 되는 것을 기념하는 반지를 끼워줬다.

해병 여자 사관후보생 4기로 입대한 이들은 140여명의 남자 후보생과 함께 똑같은 훈련과정을 거쳤다. 남자 후보생보다 더 독하다는 게 부대 관계자의 전언.

이선정(李嬋貞·24·보병·경남대 언론홍보학과 졸)씨는 대학 입학 전부터 해병대 장교를 꿈꾸면서 체력을 단련했다. 태권도 2단인 이씨는 윗몸일으키기를 2분에 103번 하고 1500m 달리기에선 늘 선두다.

여성 6명은 모두 태권도와 유도 등 무술 유단자이고 체력도 튼튼해 훈련과정 내내 남자 후보생에게 뒤처진 적이 없다는 것.

고무보트를 머리 위에 올리고 뛰는 훈련이나 해상 상륙훈련, 유격, 20kg 완전군장 상태로 10km 달리기 등 모든 과정에서 남자 후보들보다 뛰어났다.

박진아(朴眞雅·24·헌병·용인대 경찰행정학과 졸)씨는 아버지의 대를 이어 해병이 됐다. 그는 “해병이 되지 않으면 호적을 없애버리겠다고 할 정도로 아버지는 해병에 강한 애착을 가지고 있다”며 “훈련을 마치고 보니 역시 선택을 잘 한 것 같다”고 좋아했다.

황다혜(黃多慧·28·보병·동국대 국문과 졸)씨는 ‘재수’ 끝에 해병 장교가 됐다. 해병이 되고 싶어 300만원가량의 월급을 받던 직장을 접고 다시 도전한 것.

황씨는 “이제 해병대도 ‘전통에만 안주해서는 안 된다”며 “여성의 섬세함이 강한 해병정신에 보태지면 해병의 전력이 훨씬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병대는 2001년부터 여성 사관후보생을 선발하고 있으며, 이들은 24일 경남 진해에서 소위로 임관돼 부대에 배치된다.

포항=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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