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세상 만들기]서울여상 10년째 선행록쓰기 ‘이색 수업’

  • 입력 2004년 6월 9일 18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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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작은 선행과 봉사를 실천할 수 있도록 선행록을 쓰게 한 서울여상 박영하 교사가 7일 책상 위에 쌓인 선행록을 학생들과 보면서 ‘마음보다는 실천’을 강조했다.-이훈구기자
학생들이 작은 선행과 봉사를 실천할 수 있도록 선행록을 쓰게 한 서울여상 박영하 교사가 7일 책상 위에 쌓인 선행록을 학생들과 보면서 ‘마음보다는 실천’을 강조했다.-이훈구기자
‘부모님 발을 씻겨드리는 숙제를 해야 한다며 어머니를 일부러 화장실로 모시고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발을 씻겨드리다가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어머니의 두 발가락이 서로 붙어 있다는 것을 그제야 알게 된 것이죠. 저는 언젠가는 돈을 많이 벌어 발가락을 수술시켜 드리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아…숙제라고 하지 말고 씻겨드릴 것을….’(2001년 서울여상 1학년 신반 양00)

“어떤 선행을 할까 매일 고민하다 보니 이제 버스나 지하철에서의 자리양보쯤은 너무 자연스럽습니다.”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 위치한 서울여자상업고등학교 1학년 신(信)반 학생들은 ‘선행록’을 쓰기 시작한 뒤 작은 선행들이 자연스럽게 몸에 뱄다고 입을 모았다.

이 반의 조아라양(16)은 “처음에는 주변의 일들을 유심히 관찰하면서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찾았다”며 “이런 것들이 반복되면서 성취감과 보람도 느끼고 습관도 돼가는 것 같다”며 활짝 웃음을 보였다.

선행록 과제는 학생들이 지난 한 주 동안 한 자신의 선행을 공책에 적고 매주 한 개씩 신문에서 읽은 미담기사를 스크랩해 기사에 대한 느낌을 적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학생들에게 규칙적인 선행과 봉사의 기회를 준 사람은 이 학교 도덕 담당 박영하 교사(40). 박 교사가 처음 학생들에게 선행록을 쓰게 한 것은 199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 교사도 처음에는 선행록을 쓰게 한 것이 괜히 부담만 더 주는 게 아닌가 고민도 많이 했다. 하지만 ‘도덕교육은 책에서 몇 가지 이론을 배우는 것보다 실천을 통해 몸에 배도록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소신으로 10년째 이 수업방식을 고집해 온 것.

가끔은 선행 과제를 학생들에게 미리 정해주기도 한다.

지난달 어버이날을 맞아 박 교사가 학생들에게 내준 과제는 ‘부모님 발 씻겨 드리기’.

이 반 송정민양(16)은 “어렸을 적부터 저를 길러주신 할머니 댁에 갔는데 할머니의 쭈글쭈글한 발을 씻겨 드리고 옛날에 있었던 이야기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며 웃었다.

수업도 이색적으로 진행된다.

시작종이 울리면 TV광고 음악을 개사한 ‘칭찬합시다’라는 노래로 수업을 시작한다. 노래가 끝나면 돌아가면서 학생들끼리 서로를 칭찬하는 시간을 갖게 하는 것.

이렇게 수업을 시작하면 평소보다 훨씬 더 부드럽고 유쾌한 분위기에서 공부를 하게 된다고 학생들은 말한다.

박 교사는 “입시와 암기 위주의 교육에 밀려 죽어버린 도덕수업이 생생하게 살아서 숨쉴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도록 선행록 수업이 전국에 있는 다른 학교에서도 활용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 교사는 사단법인 ‘관악사회복지’의 학생자원봉사동호회인 ‘햇살’에서 지도교사로 6년째 활동 중. 햇살 학생들은 2주에 한 번씩 토요일마다 이곳의 독거노인과 불우이웃들을 방문하면서 자원봉사를 벌이고 있다.

박 교사도 이곳 햇살 학생들과 함께 7월 20일∼9월 20일 본보와 소니코리아가 공동 주최하는 ‘청소년 자원봉사 축제’에 참여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박 교사는 “봉사란 것은 대가를 바라지 않고 생활 속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아야 빛나는 것”이라며 “학생들만 재촉하지 말고 이번 행사에서 교사들도 솔선수범해 참다운 모범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재동기자 jarrett@donga.com

정세진기자 mint4a@donga.com

▼자원봉사 비용 후원합니다▼

동아일보사와 소니코리아가 주최하고 문화관광부 산하 한국청소년자원봉사센터가 주관하는 제1회 청소년자원봉사축제인 ‘우리 함께 더 밝은 세상 만들기’가 펼쳐진다.

봉사활동분야는 △수질·환경보전 △사회복지기관 및 시설 △학습·교육 △문화·체육 △지역사회 △정보·교류 △복합 활동 등. 학생뿐만 아니라 근로청소년 군인 재소자까지 포함해 9∼24세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참가 접수는 20일까지 행사 인터넷 홈페이지(www.youthvolunteer.or.kr)에서 할 수 있으며, 이 중 총 50개팀을 선정해 봉사활동 비용을 후원한다. 봉사활동 기간은 7월 20일∼9월 20일. 봉사활동 결과를 심사해 시상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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