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강남의 미래 모습은… 아파트 높이고 녹지 넓힌다

  • 입력 2004년 6월 8일 18시 24분


서울 강남구가 아파트를 초고층으로 짓는 등 슬림화 해 이른바 ‘메트로폴리스 강남’을 건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2010년까지 개발 가능한 토지의 97.8%가 개발 완료되는 강남구의 경우 신규 토지 공급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

이에 따라 재건축 외에 대안이 없는 강남구는 8일 ‘메트로폴리스 강남 건설’과 연세대 ‘21세기 건설연구실’이 용역 결과로 제출한 ‘강남구 재건축 마스터플랜’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미래 강남의 모습을 제시했다.

계획의 골자는 건폐율(대지면적에 대한 건축 바닥면적의 비율) 10% 미만의 ‘날씬한’ 아파트를 공급함으로써 최대한의 녹지를 확보한다는 것이다.

▽초고층 슬림화=현대 미성 한양아파트 등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는 압구정지구에는 현재 1만여가구가 살고 있다.

그러나 건폐율 9.6%를 적용해 초고층 건물로 재건축하는 시뮬레이션을 해 본 결과 60∼100층의 초고층 건물 30개동만 지으면 1만4600가구를 수용하고 더불어 90% 가까운 녹지가 생긴다.

강남구청 주택과 신동진 팀장은 “한국인은 유독 남향 아파트를 선호해 성냥갑 모양의 아파트를 일자로 배치하는 것이 대부분이었지만 이제 방향보다는 주변과 조화되는 개방형 아파트에 충분한 녹지공간을 원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실제로 초고층 주상복합건물 중 삼성동 아이파크(46층)는 건폐율 9.9%로 도로를 제외한 50.6%가 순수녹지공간으로 조성돼 입주민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또 미국 뉴욕의 맨해튼이나 홍콩 싱가포르 등 지가가 비싼 곳에는 예외 없이 50층이 넘는 아파트를 건축하는 게 일반적이다.

▽강남구를 센트럴 파크로=구는 이런 방식으로 녹지를 확보해 강남구 전체를 뉴욕의 센트럴 파크처럼 만든다는 것. 강남구 재건축 마스터플랜에는 압구정에서 개포까지 걸어서 2시간이 걸리는 산책로를 만드는 방안도 제시됐다.

또 압구정지역에 인공수로를 만들어 한강∼압구정수로∼탄천∼양재천으로 이어지는 ‘블루 네트워크’를 만든다는 구상도 나왔다. 담장 없는 아파트 단지조성과 옥상녹화는 기본.

이 밖에도 강남을 21세기 첨단도시로 만들기 위해 △고속철도가 지날 것으로 보이는 수서역 일대를 물류 중심으로 개발하는 방안 △재건축 지역의 지하를 대규모로 개발하는 방안 △테헤란로와 개포지구에 지하도로를 건설하는 방안 등을 제안했다.

지하에 총 길이 29km의 쇼핑몰과 대형호텔이 들어선 캐나다 토론토의 이튼센터가 그 모델.

대형빌딩과 공동주택단지에는 생활하수를 처리해 재이용하는 중수도(中水道)를 설치하고 빗물처리시스템 설치를 의무화하며 쓰레기 자동집하시설을 구축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강남구를 순환하는 모노레일과 더불어 개포지구 테헤란로에 지하도로를 건설하는 방안도 제안됐다.

강남구는 이를 통해 ‘서울 속의 강남’이 아니라 ‘세계 속의 강남’을 추구한다는 입장이다.

▽실현 가능성은=강남구의 계획이 실현되려면 규제완화가 필요하다. 현재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에 의해 2종 일반주거지역은 지역에 따라 최고 7층 또는 12층에 용적률(대지면적에 대한 건축 연면적의 비율) 200% 이하가 적용되고 3종은 250% 이하가 적용된다.

또 압구정지구 같은 한강변은 수변경관지구로 지정돼 있어 최대 15층까지만 건축이 가능하다. 구는 하반기에 세부계획을 수립한 뒤 서울시와 건설교통부에 규제 완화를 건의할 방침이지만 실현 여부는 미지수.

이에 대해 서울시 박석안 주택국장은 “무작정 고층으로만 주택을 지을 경우 산이나 강을 가리는 등 조망권을 침해할 수 있으므로 지역별 특성에 맞게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채지영기자 yourca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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