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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6월 4일 21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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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쌀농사를 위해 제초제 대신 논에 뿌려졌던 왕우렁이가 오히려 벼 잎을 갉아먹어 농가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전남도 농업기술원은 물을 채워 넣고 볍씨를 뿌리는 담수직파(潭水直播) 논에서 월동한 왕우렁이가 벼의 어린잎을 갉아먹는 피해가 발생해 실태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4일 밝혔다.
농업기술원은 지난달 담양 강진 해남 등지서 1차 현지조사를 벌여 피해 사실을 확인했다.
해남읍 농민들은 “고천암 간척지 벼논에서 모내기 직후 왕우렁이가 어린모 뿌리를 뜯어 먹어 두 세 차례 다시 심었는데 잎이 상당히 자란 지금도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전남, 충남, 강원, 경남, 전북 등 전국에서 왕우렁이를 넣어 벼농사를 짓는 농가는 5000여 가구로 알려졌다.
전남지역의 경우 올해 담수직파 면적은 2만198ha로 전체 벼 재배 면적의 10%이고, 이 중 왕우렁이 농법 재배 면적은 350여ha로 추산된다.
1982년 남미에서 수입된 왕우렁이는 당시 벼에 피해를 입히지 않고 잡초만 먹은 다음 수확이 끝난 뒤 기온이 내려가면 모두 죽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환경에 점차 적응하면서 죽기 전에 알을 낳고 이듬해 알에서 깨어난 왕우렁이가 직파한 벼의 어린잎을 갉아먹어 피해를 주고 있는 것.
전남도 농업기술원 박종대(朴鍾大) 박사는 “이앙기로 모를 낸 논에서는 피해가 거의 없지만 담수직파 논에서는 3, 4년 전부터 피해가 발생해 농가에 왕우렁이 농법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왕우렁이가 번식력이 강하고 잡식성인 까닭에 일부에선 제2의 황소개구리나 붉은귀거북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전북대 농대 생물자원과학부 황창연(黃昌淵) 교수는 “왕우렁이는 수생식물은 물론 무, 배추, 토마토, 미나리 등 모든 식물을 닥치는 대로 먹어치워 토착생물의 서식처를 파괴하기 때문에 새 환경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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