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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5월 31일 23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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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이 빠진 채 5년여간 운영된 노사정위는 사실 반쪽짜리 기구나 다름없었다. 특히 지난 총선에서 민주노총의 정치조직인 민주노동당이 당선자 10명을 배출하면서 민주노총은 올 노사관계의 최대 변수로 부상했다.
정부와 재계는 민주노총을 노사정위에 복귀시켜야 한다는 절박감을 느껴 왔다. 이날 노동계가 제안한 ‘노사정 지도자 회의’ 구성에 재계가 순순히 합의한 것은 민주노총에 노사정위에 복귀할 명분을 만들어 주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민주노총도 민노당이 원내 진출에 성공하는 등 외부 환경이 변했기 때문에 언제까지나 ‘장외 투쟁’을 고집할 수는 없는 처지였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노사정의 모든 주체가 첫 합의에 이른 것에 상당히 만족한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도 “민주노총이 6인 지도자 회의를 통해 노동계 목소리를 걸러주면 경영계와 노동계가 대화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을 것”이라고 반겼다.
이 같은 유화적인 분위기에서 6월 4일 출발할 노사정 지도자 회의는 구체적인 노사 현안에 대한 입장을 조율하기보다는 노사정위의 새로운 밑그림을 그리는 데 전력을 기울일 것 같다.
청와대 관계자가 “우선 노사정위의 개편 방향을 논의하고 노사관계 법제의 선진화 일정과 추진 방식을 논의하기로 했다”고 말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김대환(金大煥) 노동부 장관은 “기능과 역할에서 보완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는 노사정위는 명실상부한 사회적 대화의 총괄기구로 개편돼야 한다”며 새로운 노사정위의 기능 확대 및 강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노동계도 그간 “노사정위가 대통령 자문기구로서 실효성이 떨어지며 재계에 유리한 합의 내용은 빨리 이행되고 노동계의 요구 사항 이행은 지지부진하다”고 주장해 왔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이날 민주노총이 참여하는 신노사정위의 청사진을 제시한 셈이 됐다. 대기업, 중소기업, 대기업근로자, 중소기업 및 비정규직 근로자, 정부 등 5자대화라는 모델을 제시한 것이다.
이 같은 모델은 주요한 노사 현안과 경기 불황 등에 대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처지가 크게 다르다는 점과 비정규직 문제 등 노사환경이 급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그러나 노사정 지도자 회의가 석 달 이내에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놓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도자 회의의 합의가 당장 주요 노사 현안에 대한 ‘대타협’으로까지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적잖다.
또 6월 중순부터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와 금속연맹의 총파업이 예고돼 있는 등 노동계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주5일 근무제와 비정규직 해법에 대해서도 노사의 의견차가 워낙 크다.
경총 관계자들은 “6인 지도자 회의가 노사 현안에 대해 결정을 내리는 기구가 아니기 때문에 노사 대립이 격화되면 쉽게 해체되거나 민주노총이 불참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지도자 회의가 비정규직 등 민감한 사항을 합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이원재기자 w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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