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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5월 28일 19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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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년 5월 29일 오전 11시반.
텐징은 마침내 “어떤 새도 넘을 수 없다”고 어머니가 말하던 에베레스트(해발 8850m)의 정상에 섰다. ‘제3의 극지’에 이른 것이다.
자신이 셰르파로 이끌었던 영국 원정대 에드먼드 힐러리와 함께였다. 두 사람은 서로를 연결한 로프도 풀지 않은 채 힘차게 껴안았다.
“산이 거기 있기 때문에 오른다”는 말을 남기고 에베레스트 정상의 구름 속으로 사라져버린 조지 멀로니가 첫 등정에 나선 지 32년 만이다.
힐러리는 산소통을 확인했다. 정상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은 단 15분. 그는 텐징의 모습을 숨 가쁘게 필름에 담았다. 그러나 정작 자신은 피사체가 되기를 거부했다.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르기 전 30분이나 자신을 기다려준 텐징에게 ‘초등(初登)’의 영예를 양보한 것이다. 그는 인간의 마을을 떠나올 때 자신의 욕망도 두고 온 것일까.
힐러리는 기회 있을 때마다 그를 앞세웠다. “진정한 영웅은 내가 아니라 텐징이다.”
텐징은 힐러리의 에베레스트 등정을 도왔고, 힐러리는 텐징이 삶의 정상을 정복하도록 도왔으니.
‘산 아래’ 사람들은 묻는다. 텐징이냐, 힐러리냐.
텐징은 이렇게 답한다. “많은 것들이 정치와 국적의 이름으로 행해지지만 산에서는 그렇지 않다. 그곳에서 생명은 현실이고, 죽음은 너무 가깝다. 산에서 인간은 인간일 뿐이다….”
어머니의 무릎에 오르는 아이의 마음으로 산에 올랐다는 텐징. 그는 그 후 다시는 에베레스트를 오르지 않았다.
그러나 ‘힐러리 스텝’은 더욱 격렬해진다. 정상을 눈앞에 두고 숨을 헐떡이며 자신의 몸을 던지듯 내딛는 마지막 걸음이 ‘힐러리 스텝’이다.
힐러리는 1958년 견인차를 끌고 남극에 도착했고, 1977년에는 제트보트를 이용해 갠지스 강을 거슬러 올라갔다. 모험 없이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1951년 처음 에베레스트 등정에 나섰다 실패하자 이렇게 말했다. “에베레스트산은 이미 자랄 대로 자랐지만 내 꿈은 아직도 계속 자라고 있다….”
그런데 대체 왜 에베레스트인가.
“궁극의 목표가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릭 리지웨이)
이기우기자 key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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