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옥탑방도 임대차보호법 대상”

  • 입력 2004년 5월 9일 18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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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기가 안 된 옥탑방 등 건물의 대지가 경매로 넘어간 경우 그 건물 세입자는 경매대금 중에서 자신의 임차 보증금(속칭 전세금)을 우선적으로 돌려받을 수 있다는 첫 판결이 나왔다.

미등기 건물 세입자의 경우 건물이 경매로 넘어간 경우에 대해서는 우선변제권이 있다는 판결이 있었으나, 미등기 건물의 대지가 별도로 경매에 넘어간 경우에 대한 판결은 없었다.

전모씨(35)와 엄모씨(33)는 각각 1997년 2월과 3월 경기 광주시 퇴촌면 임모씨의 다세대 주택에 보증금 3500만원과 3300만원을 내고 입주했다. 당시 이 주택은 준공 검사가 나오지 않아 등기가 안 된 상태였다.

이후 집 주인 임씨는 주택의 대지를 담보로 기업은행에서 2억4000만원을 대출받았다가 갚지 못하게 됐다. 기업은행은 2001년 9월 문제의 대지를 경매에 부쳐 1억300만원의 낙찰대금을 받았으나 전씨 등에게는 한 푼도 나눠주지 않았다. 전씨 등은 보증금도 못 받고 쫓겨날 처지가 되자 기업은행을 상대로 소송(배당이의 소송)을 내 1심에서 패소했다.

이에 대해 서울고법 민사3부(부장판사 최은수·崔恩洙)는 지난달 27일 전씨 등의 우선변제권을 인정하지 않은 1심 판결을 깨고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9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적용을 받는 ‘주거용 건물’의 의미는 건물뿐만 아니라 대지까지 포함된다고 볼 수 있고 사회 통념상 ‘건물’이라고 판단되면 그것이 무허가 건물이건, 등기가 안 된 건물이건 상관없이 법 적용을 받을 수 있으므로 대지만 경매가 진행되더라도 미등기주택의 세입자에게 우선 변제권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임차인이 대지에 대해 우선변제권을 보장받지 못하면 임대차기간이 끝난 뒤 집주인으로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도 구제할 방법이 없는데, 이는 사회보장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주택임차인을 보호하려는 주택임대차보호법 취지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황진영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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