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교육청-전교조 ‘0교시 갈등’ 심화

  • 입력 2004년 5월 6일 19시 19분


정규시간 이전에 하는 0교시 수업과 야간 자율학습 문제를 둘러싸고 경북도교육청과 전교조 측이 대립하면서 학교의 자율성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또 대구시교육청과 전교조 측이 0교시 수업 전면금지 등에 합의했으나 ‘사교육을 학교 안으로 끌어 들이겠다’는 취지에서 마련된 정부의 2·17 사교육비 대책이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일선 학교에서 제기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과 전교조 대구지부는 15일부터 중·고교의 0교시 수업을 전면 금지하는 한편 오후 7시(1∼2학년은 오후 6시) 이후 보충학습도 금지키로 최근 합의했다.

또 보충학습 시간은 1∼2학년은 주당 5시간, 3학년은 주당 12시간 이내로 할 수 있도록 했으며,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강제적인 자율학습은 못하도록 했다.

보충학습비는 학생이 부담하되 수업을 하지 않는 관리자(교장 교감 행정실장 등)에게 지급하던 수당은 없애기로 했다.

전교조 대구지부 장명재(蔣明在·51) 지부장은 “학생의 선택권과 건강권을 존중하면서 합의한 것”이라며 “합의내용이 학교에서 잘 지켜지면 학교교육을 정상화시키고 사교육비를 줄이는 두 가지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시교육청 안인욱(安仁旭) 교육국장은 “보충학습과 야간 자율학습에 대해 학생들의 선택권은 존중돼야 하지만 전적으로 학생의 판단에만 맡기는 것은 곤란하다”며 “학교에서 학교운영위원회를 통해 적절한 지도가 필요한 부분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선 학교에서는 이번 합의가 되레 사교육비를 증가시키지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구고 정호상(鄭浩相) 교장은 “이대로라면 학교의 학습량이 줄어 학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학생들 사이에는 벌써 학원 쪽으로 방향을 돌리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경북도교육청과 전교조 경북지부는 0교시 수업 문제 등을 둘러싸고 6일 현재 9일째 맞서고 있다.

서로 “현실을 모르는 태도”라며 조금도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전교조 측은 0교시 수업과 야간 자율학습이 별 효과도 없으면서 교사와 학생을 괴롭히는 ‘주범’으로 보고 완전 금지를 요구하고 있다.

전교조 경북지부 배용한(裵龍漢·52) 지부장은 “각 학교에 파행적인 보충학습이 극에 달했는데도 감독기관인 경북도교육청은 묵인하고 있다”며 “교사와 학생의 건강권을 위협하는 보충학습을 빨리 중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경북도교육청의 입장은 확고하다. 농어촌과 중소도시가 많은 경북지역을 대도시 기준에서 판단하면 오히려 학교교육이 무너진다는 것이다.

경북도교육청 윤영동(尹永東) 교육국장은 “전교조의 주장은 사교육 시설이 별로 없는 중소도시나 농어촌의 교육 현실을 외면하는 것”이라며 “대도시와 경쟁해야 하는 도·농 복합지역의 특성상 학교의 학습량을 강화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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