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총장실 점거농성 용납될 수 없다

  • 입력 2004년 5월 6일 18시 48분


몇몇 대학에서 학생들이 등록금 인상에 반대해 총장실을 점거하고 총장 등 학교 관계자들은 학생을 피해 다니며 업무를 보는 볼썽사나운 구태(舊態)가 재연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등록금인상률이 물가상승률에 비해 높은 게 사실이고, 학교가 학생들의 합당한 요구를 외면하는 측면도 있을 수 있겠지만 이런 시위방식은 분명 옳지 않은 것이다.

요즘 캠퍼스에선 의사표현의 자유가 충분히 보장되어 있고 혹시라도 대학이 이를 억누르려고 해도 사회가 용인하지 않는다. 이처럼 학교가 달라지고 세상이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학생 시위가 권위주의정권 시절의 과격한 방식을 답습하고 있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일이다.

총장실 점거농성이 실제적인 효과가 있을지도 의문이다. 총장들이 학교 내 이곳저곳 옮겨 다니며 비밀리에 업무를 처리한다고 하는데 이러고서야 학교가 정상적으로 돌아갈 리 없다. 대학이 치열한 경쟁시대를 맞고 있는 가운데 총장실 점거는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학교와 학생 모두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밖에 없다. 시위를 하더라도 ‘상식선’은 넘지 않는 합리와 이성의 자세가 요구된다.

사회 혼란을 줄이는 대안으로 법치(法治)를 지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캠퍼스에서도 각종 퍼포먼스를 이용하는 등 설득효과를 높이는 평화적 시위가 확산되는 추세다. 일부 대학에서 벌어지고 있는 총장실 점거농성이 캠퍼스 내부에서조차 점차 환영받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흐름이다.

총장실 점거농성은 더는 용납될 수 없다. 대학은 전통적인 ‘지성과 토론의 장’이며 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대학도 학생을 중시하는 유연하고 미래지향적인 행정으로 빨리 전환해야 한다. 새로운 대학문화의 정착은 시대적 요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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