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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5월 3일 16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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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벌이인 대전 서구 김모씨(42) 부부는 자녀들이 다니는 초등학교에서 6일부터 이틀 동안 효도방학을 실시한다는 가정통신문을 받은 뒤 걱정이 태산 같다.
초등학생 1학년, 4학년 남매를 맡길 곳이 없기 때문이다.
"이틀 동안 밥도 챙겨먹지 못하는 아이들을 집에 놔둘 수 도 없고, 그렇다고 시골에 계시는 어머님을 모셔 올 수 도 없고…"
이들 부부 가운데 한 명이 연가를 낼 계획이나 이 마저 사정이 여의치 않다는 것이다.
교육인적자원부의 제 7차 교육과정의 일환으로 일선 초등학교에서 가정의 달인 5월에 '효행체험학습'이라는 명목으로 시행하는 효도방학이 적잖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교장 재량으로 실시하고 있지만 학부모들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채 학교 측의 의도대로 일방적으로 실시되고 있는 것.
이 같은 부작용 때문에 대전시의 경우 전체 120개 초등학교 중 51개 학교에선 이 안건이 학부모들의 반대로 부결되거나 유보되기도 했다.
하지만 나머지 69개 초등학교에서는 예정대로 실시될 예정이어서 맞벌이 부부 가정 자녀의 경우 이틀 동안 '나 홀로 집에' 신세를 면치 못할 전망이다.
광주시 동구 학1동 오모씨(38·여)는 "모든 스케줄이 엄마의 퇴근시간에 맞추어져 있는 아이들인데…"라며 걱정했다.
대전시교육청과 대전동부교육청 인터넷 홈페이지도 "학부모들에게 한번쯤 가정통신문을 통해 시기, 기간 등을 조사했다면 이렇게 당황하지 않았을 것이다",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늘고 있는 마당에 참으로 난감하다. 지난해 아이들을 집에 놔두었더니 그릇도 깨고 엉망이었다"는 글이 올라 있다.
경기 안양시 호계동에 사는 송모씨(41·여)도 마찬가지.
식당일을 하는 송씨는 "아이를 혼자 집에 놔두고 일을 나가야 할 처지다. 결국 교사들과 교사 자녀만 '사람답게' 쉬는 방학일 뿐 우리에겐 불효방학"이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대전시교육청 초등교육과의 한 관계자는 "7차 교육과정에서 강조되는 현장·체험학습의 일환으로 이를 시행하고 있으며 학부모 의견을 반영하도록 하고 있으나 문제점도 적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마땅히 맡길 곳이 없는 아이들은 등교하도록 한 뒤 학년 구분 없이 통합관리하고 있으나 시간 때우기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이기진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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