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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4월 29일 15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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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자신과 가족의 똥으로 만든 퇴비를 사용해 농작물을 재배하는 조지프 젠킨스. 사진제공 젠킨스
그러나 오히려 이들을 비웃으며 ‘동양식 뒷간’을 실천하는 미국인이 있다. 미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유기농을 하는 조지프 젠킨스. 그는 세계 57개국에서 팔린 저서 ‘인분 핸드북’(한국어 번역본 : ‘똥 살리기 땅 살리기’·녹색평론사)에서 “똥을 정화한답시고 어마어마한 양의 물을 낭비하는 서양인들은 이 지구의 창조물 중 가장 지독한 낭비자”라고 비판한다.
그는 1979년부터 인분을 퇴비로 만들어 사용하기 시작했다. 한국 등 동아시아의 사례를 참고로 했다. 그의 화장실은 용변을 본 뒤 톱밥으로 덮고 퇴비로 만드는 동양식 ‘뒷간’의 전형이다. 환경을 파괴하지 않고 자연과 공생하는 것이 ‘농사꾼의 의무’라고 생각했다.
그는 e메일 인터뷰에서 “인분을 적절하게 재활용하는 것은 인류와 지구 전체의 ‘웰빙’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자원 낭비와 환경오염, 이로 인한 각종 질병까지도 해결할 수 있다는 것.
그는 “똥은 인간 신체를 거쳤다 뿐이지 음식과 다름없다”고 말한다. 음식물이 소화를 거쳐 배설물로 전환되고, 이것이 퇴비가 되면서 깨끗하고 위생적이며 땅에도 이로운 거름으로 바뀐다는 것. 그래서 자연이 경이롭다고 그는 감탄한다. 때문에 현재의 수세식 화장실 시스템은 완전히 잘못된 것이며, 인분 처리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서울 같은 대도시에도 적용할 수 있을까. 젠킨스씨는 “인분을 모아 중앙 집중된 분해시설로 보내는 방식은 어떤 규모라도 응용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정치적 의지와 법제화 같은 행정적 뒷받침만 된다면 시스템 전환은 어렵지 않다는 것.
그러면서 인분은 아니지만 음식물쓰레기와 낙엽 등 유기물을 중앙시설에 모아 퇴비로 만들고 있는 캐나다 노바스코티아시(市)를 예로 들었다. 1996년부터 시행한 결과 시 전체의 쓰레기가 절반으로 줄었다. 인분 수거와 처리도 같은 방식으로 할 수 있다는 것.
그는 요즘도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인분을 재활용하자고 역설하고 있다. 그의 희망은 언젠가 ‘세계 연례 인분 회의’를 여는 것. 다소 과격하고 비현실적으로 들리는 그의 주장이 실현될 날은 언제쯤일까.
그의 책 원문은 www.weblife.org/humanure/default.html에서 무료로 볼 수 있다.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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