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영게이트 실체 있나…檢 “기다려 보라”만 반복

  • 입력 2004년 4월 20일 18시 49분


‘부영 게이트’의 실체는 과연 뭘까.

검찰은 총선 전부터 “부영은 게이트다. 총선 이후 정말 바빠질 것이다”라며 대대적인 ‘흥행몰이’를 예고했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수사 진척은 그리 뚜렷하지 않다.

일단 구속된 ㈜부영 이중근(李重根) 회장의 기소 시한이 불과 10일 앞으로 다가왔다는 점에서 검찰의 수사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 회장의 입이 워낙 무거워 수사에 애로를 겪고 있다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흥행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거물 정치인의 연루’도 아직 수사 성과가 뚜렷하지 않다. 지금까지는 2000년 민주당 대표를 지낸 서영훈(徐英勳) 전 대한적십자사 대표가 유일한 상태다.

대검찰청 안대희(安大熙) 중수부장은 이 회장 구속 전 “구속수사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좀 초를 쳤다(과장했다는 뜻)”고 말한 바 있다.

검찰은 “시간을 갖고 기다려 보라”면서 여전히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지만 이 회장의 변호인단은 다소 냉소적이다. 이 회장의 한 변호인은 “서 전 대표 외에는 더 나올 게 없다. ㈜부영은 다른 건설사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부영의 한 관계자도 “서 전 대표가 튀어나온 것은 이 회장이 진술했기 때문이지 결코 검찰 수사에서 밝혀진 게 아니다”고 말했다.

수사 결과를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검찰 안팎에선 벌써부터 “부영 수사는 잘해야 본전”이란 말이 나오고 있다. ‘게이트’라는 용어로 한껏 부풀려진 기대를 충족시키기 쉽지 않다는 의미다.

검찰이 총선 전 민주당 중진들과 친분이 두터운 ㈜부영 문제를 거듭 거론한 것도 검찰로서는 부담이다. 수사 결과 별 내용이 없을 경우 ‘검찰이 선거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려 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올 수 있기 때문. 한 중견 검사는 “검찰이 ‘게이트’란 용어를 썼을 때는 뭔가 단서가 있어서였겠지만, 만에 하나 진척이 없을 경우 여러가지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수진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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