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출마 교수’ 도덕적 해이 지나치다

  • 입력 2004년 4월 20일 18시 43분


이번 총선에서 대학교수들이 대거 국회에 진출한 것은 새로운 특징으로 꼽을 만하다. 교수의 정치활동은 합법적으로 보장돼 있으며, 교수 출신 국회의원들이 전문분야의 학식과 경륜을 의정 활동에 접목시킨다면 정치와 사회 발전에 도움이 되리라고 본다. 그러나 선거 과정에 드러난 일부 교수들의 도덕적 해이현상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현직 대학교수로서 총선에 출마한 사람들은 대개 휴직을 하지 않은 채 선거전에 나섰다고 한다. 출마 사실을 모른 채 수강신청을 한 학생들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당선된 교수들의 수업은 자동 폐강이고, 선거에 떨어진 교수들은 다시 강단에 설 터이니 비록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지만 학생 앞에서 대학과 교수 체면이 말이 아니다.

출마의 뜻이 있는 교수들은 선거에 앞서 미리 대학을 사직하거나, 최소한 휴직을 하는 것이 학자의 양식이라고 본다. 처신을 분명히 하는 것은 지식인의 기본 아닌가.

국회의원 출마는 교수들이 개인적으로 정당에 가입하거나 정치적 견해를 표명하는 일반적인 정치활동과 다르다. 적지 않은 준비 기간이 소요되고 선거기간을 전후해서는 학교 수업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학교와 학생에게 피해를 주리라는 사실을 교수 스스로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신변 정리를 하지 않은 것은 낙선할 경우 다시 학교로 돌아가겠다는 얕은 속셈이라고 해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

기성 정치인의 부정부패에 신물이 난 유권자들이 교수 출신에게 기대하는 것은 참신성과 도덕성이다. 국회의원을 꿈꾸는 교수들에게 이런 덕목이 결여된다면 출발부터 실망스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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