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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4월 13일 21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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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의 최서남단이자 희귀 동식물의 보고(寶庫)인 전남 신안군 가거도(소흑산도)가 명승지 지정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문화재청은 환경 훼손을 막기 위해 명승지로 지정해야한다는 입장인 반면 주민들은 생계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신안군은 문화재청이 지난해 명승지 지정을 위해 가거도에 대한 학술조사를 벌인데 이어 최근 주민 의견수렴을 요청해 왔다고 13일 밝혔다.
학술조사 결과 섬 전체 면적이 9.18km²인 가거도는 해안선 길이가 22km로 지질이 6000만년 전의 백악기 화산 활동에 의해 생성돼 주상절리와 서쪽해안의 자갈해안, 해식동굴 등의 자연미가 뛰어나 훼손을 막기 위한 보존이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한반도 지각운동을 알 수 있는 화산지형과 해안지형이 잘 발달돼 있을 뿐 아니라 후박나무 숲과 가거도 8경(景)으로 불리는 독실산(해발 639m), 장군섬, 돛단바위 등이 자연유산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보존 가치가 높은 가거도의 생태환경이 수십 년째 계속되고 있는 항만 방파제 공사 등으로 멸실되고 있다”면서 “생태 서식지로 지속적인 보존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민들은 명승지로 지정되면 한약재로 인기가 높은 후박나무 채취가 금지되고 바다낚시도 못하게 되는 등 생존권을 위협받게 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주민 김모씨(60)는 “400여명의 주민들이 후박나무를 채취해 매년 3∼4억원의 수입을 올리고 봄, 가을에 찾아오는 낚시꾼에게 배를 빌려주고 숙식을 제공하면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섬과 바다를 포함한 15.6km²가 명승으로 지정되면 먹고 살게 없다”고 말했다.
강정태(姜丁太) 신안군 문화공보계장은 “8일부터 3일간 현지에서 설명회를 가졌으나 주민들이 명승 지정에 반대해 조만간 문화재청에 의견서를 내기로 했다”면서 “문화재청이 공청회를 여는 등 주민들과 직접 대화에 나선 뒤 지정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신안=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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