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안동, 가장 한국적인…그 이상의 변신

  • 입력 2004년 4월 9일 19시 33분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1999년 4월 ‘가장 한국적인 곳’이라며 방문했던 경북 안동 풍천면 하회마을(중요민속자료 122호)이 새로운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가장 한국적인 마을’이라는 브랜드만으로는 관광객들의 높아지는 관광욕구를 만족시킬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안동시는 20년 만에 하회마을과 부용대(芙蓉臺)를 잇는 나룻배를 다시 띄웠다.

이 나룻배는 하회마을이 생긴 이후 마을 앞 낙동강 건너편 부용대까지 300m를 오가다 1985년 중단됐다.

1억원을 들여 복원한 나룻배는 한달만에 하회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필수체험코스로 자리잡았다. 1300리 낙동강에 유일한 나룻배로 다시 태어난 것.

마을 안팎에 상가 등이 뒤섞여 고즈넉한 맛을 잃고 있다는 관광객들의 불만을 없애기 위한 하회관광지 조성 공사도 올해 들어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2006년까지 마을 입구에서 1.2km 떨어진 하회탈 박물관 인근 19만m²에 210억원을 들여 전통숙박시설 야외공연장 장승공원 상가단지 주차장 등을 집중 배치할 예정이다.

또 하회마을에서 근처 병산서원까지 선비들이 거닐던 오솔길도 복원된다.

8일 하회마을을 찾았던 미국 펜실베니아주 피츠버그대학 교수와 학생 40여명은 “부산에 도착해 한국을 돌아보고 있지만 하회마을과 도산서원 일대는 다른 곳과는 확실히 구별되는 한국적인 느낌을 준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을 안내한 통역자원봉사자 김영애(金寧愛·25·안동대 민속학과 졸업)씨는 “세계 각국을 돌아보고 있는 이들은 여러 나라의 문화적 다양성에 관심이 많았다”고 말했다.

마을 옆 전수관에서 8년째 이어지는 하회별신굿탈놀이 정기공연(3,4,11월은 일요일 오후3시, 5월∼10월은 토·일요일 오후 3시)은 하회마을의 또 다른 상징으로 완전히 자리 잡았다. 공연 때면 1000여명이 몰려 탈춤을 함께 즐긴다.

지난해 하회마을을 찾은 관광객은 90여만명. 하회마을 보존회 류충하(柳忠夏·51) 회장은 “관광객 숫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곳에서 한국의 전통과 문화를 느끼는 사람이 얼마인가 하는 점”이라며 “그냥 둘러보는 식의 관광을 벗어나 체험하는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회마을 관리사무소 김현승(金鉉昇) 소장은 “올해 들어 ‘5도(都)2촌(村)운동’(일주일의 5일은 도시에서, 이틀은 농촌에서 보내기)을 시작했다”며 “하회마을을 찾은 뒤 인근 고택(古宅)에서 숙박체험을 하는 가족단위 관광객이 늘어나는 것도 새로운 풍경”이라고 말했다.

안동=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