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턱 높인 승가고시… 스님 지망생들 ‘재수’ 속출

  • 입력 2004년 3월 18일 19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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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미와 사미니(예비 스님)들이 최근 경기 김포시 중앙승가대에서 열린 4급 승가고시에서 예년보다 어려워진 문제를 풀며 고심하고 있다.     -사진제공 불교신문
사미와 사미니(예비 스님)들이 최근 경기 김포시 중앙승가대에서 열린 4급 승가고시에서 예년보다 어려워진 문제를 풀며 고심하고 있다. -사진제공 불교신문
‘재수(再修)하는 예비 스님’이 속출할 전망이다.

최근 경기 김포시 중앙승가대에서 열린 4급 승가고시에서 425명의 사미와 사미니(6개월간의 행자교육을 거친 예비 스님)가 응시해 334명이 합격했다. 합격률 80.9%로 예년의 95%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4급 승가고시는 강원에서 4년간 승려 기본교육을 마친 예비 승려들이 치르는 시험으로 100점 만점에 60점 미만이면 탈락한다.

합격자들은 비구와 비구니 수계를 받아 정식 스님이 되고 불합격자들은 내년에 다시 승가고시를 치러야 한다.

이번에 합격률이 떨어진 까닭은 ‘요식 행위’로 여겨졌던 승가고시의 난이도를 올렸기 때문. 총무원 관계자는 승려의 자질을 높이고 종단의 내실을 다진다는 차원에서 문제를 어렵게 출제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지방 강원(講院)에서 자체 행사로 치렀지만 올해는 중앙승가대에서 치러 부정의 소지도 줄었다. 고시위원장인 법산 스님은 “예상 문제집을 서너 차례만 탐독하면 80점 이상 받을 수 있는 수준이었다”며 “낙제 스님들은 기본 공부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총무원 관계자는 “앞으로 시간만 지나면 스님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며 “일부에선 수행의 정도를 시험으로 평가할 수 없다고 지적하지만 기본교육은 충실하게 받아야 한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총무원은 ‘말사 주지와 총무원 국장직’에 대한 자격시험인 3급고시의 시험관리도 철저히 하고 본사 주지를 맡을 수 있는 2급고시도 신설할 방침이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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