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박혜균/책읽기보다는 책 읽는 예절부터

  • 입력 2004년 3월 15일 19시 57분


코멘트
젊은 엄마들이 모인 자리에 가면 자신의 아이가 책을 얼마나 많이 읽는지 자랑하는 것을 볼 때가 많다. 실제 도서관을 이용해 보면 초등학생들이 책을 빌리러 오는 경우가 예전보다 많이 늘었다. 그런데 간혹 도서관에서 다른 사람은 안중에 없이 시끄럽게 구는 아이들을 보면 책 읽기에 앞서 책 읽는 예절을 먼저 배워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일전에 어떤 부부가 아이 둘을 데리고 도서관에 왔는데 두 아이가 모두 소리를 지르고 이곳저곳 쿵쾅거리며 뛰어다녔지만 그대로 둔 채 자신들이 볼 책을 고르는 일에만 열중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눈살을 찌푸리는 것을 모르는 듯했다.

보다 못해 내가 아이들에게 “이런 곳에서는 조용히 해야 하는 거야”라고 일러줬더니 아이 엄마의 매서운 눈초리가 내게 와 꽂혔다. 그러더니 이내 아이들의 손을 잡고 날카로운 목소리로 “재수 없어. 나가자”하면서 나가버리는 것이 아닌가.

순간 너무 당황스러웠다. 뛰고 소리 지르는 아이를 오히려 감싸는 그 태도에 “혹시 내가 잘못했나”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부모가 그런 식으로 하면 아이들은 잘못된 행동을 계속할 것이다.

아이가 책을 읽기를 원하는 것은 아이가 제대로 자라기를 바라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 아이에게 책 읽기의 예절을 먼저 가르치는 게 부모의 도리다. 도서관 예절을 몸에 익힐 때 아이는 책읽기의 진정한 의미를 알 수 있을 것이다.

하긴 어른도 되어서도 책읽기의 예절을 지키지 않는 사람이 꽤 있다.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소홀히 다루고 때로는 일부를 찢어놓기도 한다. 누가 누구를 가르쳐야 하는 것인지 난감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을 가르치지 않는다면 우리는 우리의 미래를 영원히 포기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박혜균 주부·경북 울진군 후포면 삼율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