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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3월 11일 19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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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발생한 산불로 가옥 20여 가구가 전소된 강원 속초시 조양동의 자연부락인 속칭 청대리마을은 마치 포화라도 맞은 듯 참담한 모습이었다.
급히 몸만 빠져나가느라 미처 챙기지 못해 널브러진 가재도구와 전소된 주택 잔해 등이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을 잘 보여줬다. 잔해 속을 헤치던 피해 주민들은 어처구니없는 현실에 망연자실한 모습이었다. 마을 구석구석의 잔해에서 나오는 메케한 연기가 코를 찔렀다.
이 마을은 2002년 태풍 ‘루사’ 때도 주민 1명이 사망하고 가옥 3채와 농경지의 침수 피해를 보았던 곳. 이명기(李明基·49) 통장은 “수해의 아픔이 이제 겨우 아물어 가고 있는데 이 무슨 날벼락입니까”라며 허탈해했다.
태풍 ‘루사’ 때 농경지와 집이 침수된데 이어 이번에는 집이 불에 탔다는 장순봉씨(55)는 “이제는 더 이상 어떻게 버텨야 할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청대리 인근의 자연부락인 온정리 등도 피해 규모가 다소 작았을 뿐 형편은 마찬가지였다.
주민 김모씨(77·여)는 잿더미로 변한 집터를 돌아보며 “아직 날씨도 쌀쌀한데 당장 어떻게 살아갈지가 막막하다”며 눈시울을 적셨다.
▼속초산불 완선진화▼
10일 오후 속초시 노학동 청대산 인근에서 발생했던 산불은 발생 22여시간 만인 11일 오전 11시반경 완전 진화됐다.
이 불로 가옥 48채가 불에 타 이재민 118명(43가구)이 발생했다. 또 창고 9채와 농기계 23대, 비닐하우스 2동(100평), 축사 1동(20평), 과수원 4ha와 산림 67ha가 소실됐다.
또 10일 오후 4시5분경 강원 고성군 금수리 인근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은 임야 등 5ha를 태우고 6시간30분 만에 잔불 정리까지 마치고 완전 진화됐다.
춘천=최창순기자 cs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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