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서민 신문고' 두드리세요…피해자 지원센터

  • 입력 2004년 3월 8일 23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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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모씨(76·경북 김천시 아포읍)는 집 인근 도로 공사현장의 터널건설 과정에서 발생하는 폭발음과 먼지 등으로 인해 천식 증세가 생기고 가축들까지 폐사하자 고민 끝에 지난달 초 피해자지원센터 김천사무소를 찾았다. 피해보상 절차를 몰라 애를 태우다 도로공사 구간의 현장소장에게 문의한 결과 “더 이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조건으로 인근 피해주민들에게 500만원을 주겠다”는 답변을 들었으나 이를 수용하기 곤란하다고 판단했기 때문.》

김씨는 피해자지원센터 측의 도움으로 변호사와 무료상담을 한 뒤 현재 다른 피해주민들과 함께 관련기관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기 위해 절차를 밟고 있다.

이모양(15·중학교 2년 중퇴·김천시 교동)은 부모가 공부를 잘하는 오빠와 언니만 귀여워하고 자신은 늘 구박한다고 느껴 2년 전부터 수시로 가출을 했다.

이 때문에 이양의 어머니(47)가 피해자지원센터를 찾아 도움을 요청했고 센터 측은 이양과 상담한 뒤 1개월 이상 자원봉사자와 함께 지내며 고민을 털어놓는 등 자연스럽게 대화를 하도록 유도해 최근 이양이 부모와 화해하고 귀가토록 했다.

센터 측은 또 김천시교육청에 요청해 이양이 올 2학기에 복학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지난해 9월 초 범죄 피해자 등의 정신적 물질적 고통을 해결해주기 위해 전국에서 처음으로 설립된 비영리 민간공익단체인 피해자지원센터를 이용하는 서민들이 점차 늘고 있다.

피해자지원센터 구미사무소(054-462-9090)와 김천사무소(054-430-9091)는 지난달 말 현재까지 △법률문제 203건 △가정폭력 16건 △의료사고 12건 △성폭력 9건 등 모두 284건에 대한 상담 및 지원을 했다.

상담건수는 올 1월 50건, 2월 83건 등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대구와 경북지역은 물론이고 최근 들어 경기와 충북 전북 등 전국에서 찾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구미와 김천지역 의사회와 변호사회, 대구지검 김천지청 등 24개 기관 및 단체의 전문위원과 자원봉사자 등이 피해자지원센터에서 상담 및 지원활동을 하고 있다.

센터 측은 성추행을 당한 어린이가 정신적 충격으로 대인기피 증세를 보이자 순천향 구미병원에서 치료를 받도록 주선하고, 후원자 10명의 기부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피해자지원센터 관계자는 “각종 범죄 등으로 피해를 보았으나 변호사 선임비용이 없거나 법적 절차를 잘 모르는 시민들이 많이 이용한다”며 “이들을 돕기 위해 정신과 전문의와 변호사 등이 정기적으로 무료상담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천=최성진기자 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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