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이효종/공교육, 불신보다 개선 노력부터

  • 입력 2004년 2월 6일 18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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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행학습 과외를 단속하겠다는 서울시교육청의 방침에 대해 비판론이 적지 않게 제기됐다. 하지만 이는 새치기를 단속하는 교통경찰관에게 주변에서 “차 막히는데 왜 쓸데없는 단속으로 정체를 가중시키느냐”고 항의하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끼어들기는 곤란하다는 원칙론을 두고 구태의연하다고 비난하면 아이러니가 아니겠는가.

물론 선행학습 과외의 단속만으로 교육의 내실화가 이뤄진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새로운 수업 방식의 도입, 교사의 수업과 교재개발 지원, 교육여건 개선 등 다각도의 대책이 필요하다. 그러한 대책의 하나로 선행학습 과외의 단속도 검토해 보자는 것이다.

현행 교육과정은 학생의 발달단계에 맞도록 편성된 것이어서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학습을 해야지 너무 앞서가면 오히려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학원에서 속성으로 이뤄지는 선행학습이 과연 어느 정도나 학생 각자의 지식으로 다져지겠는가. 밤늦게까지 학원에서 시달린 학생들은 학교 수업시간에 졸기도 하고, 스트레스로 인해 과잉행동증후군이나 만만한 친구 괴롭히기 등의 비행을 저지르기도 한다는 사실도 생각해야 한다.

급하다고 나무를 손으로 잡아당긴다고 해서 나무가 빨리 자라는 것은 아니다. 사교육에 투입되는 ‘헛수고일 가능성이 높은’ 이러한 노력과 자원을 공교육으로 끌어들여야만 교육이 정상화된다.

어떤 이는 공교육이 하향 평준화를 초래했고, 너무 획일적이라며 공교육 자체에 대해 불신을 표하기도 한다. 옳은 말일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공교육 개선을 위한 노력은 거들떠보지 않고 사교육을 통해 개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면 상황이 어떻게 되겠는가.

교육 정상화는 학생, 학부모, 교원, 학교, 그리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서로 이해하고 격려하며 함께 노력해 갈 때만 이뤄질 수 있다.

이효종 서울 동작교육청 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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