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찬 펀드]양인석 사정비서관, 이런때 사표낸 까닭은

  • 입력 2004년 2월 4일 18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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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인석(梁仁錫·사진) 대통령사정비서관이 4일 사의를 표명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갑작스럽게 사퇴의사를 밝힌 배경을 놓고 여러 추측이 나돌고 있다.

공교롭게도 사의 표명 시점이 민경찬씨의 653억원 펀드 파문과 관련해 민정수석실이 자체 조사를 벌이고 있는 때여서 청와대 안팎에서는 양 비서관의 사의 표명이 이번 사건의 처리와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자연스럽게 제기됐다.

특히 일부 인터넷 매체가 민씨 사건을 둘러싼 민정수석실 내부 갈등설을 거론했으나 이호철(李鎬喆) 민정비서관은 “이번 사안에 있어서 나와 양 비서관은 의견이 일치했으며 갈등 같은 것은 없었다”고 일축했다.

양 비서관과 가까운 인사들은 “청와대 근무 이후 심신이 지친 데다 일에 대한 보람을 찾지 못하면서 그만두기로 결심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양 비서관은 지난해 말부터 사석에서 “청와대에 1년 정도 근무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말하는 등 청와대를 떠날 뜻을 내비쳐왔다. 검찰의 특수수사통 출신인 양 비서관은 청와대에 들어온 이후 정부의 사정업무와 관련해 나름대로의 역할을 기대했으나 민정수석실이 검찰 업무와 거리를 두면서 자신의 경력을 살릴 수 있는 입지를 찾지 못해 적잖게 회의를 느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 지인은 “양 비서관이 평소에 청와대 일이 별로 재미가 없다고 말하곤 했다”고 전했다.

게다가 변호사 시절에 비해 수입은 크게 줄어든 반면 10여명에 이르는 사정팀 요원들을 지휘하는 데 따른 지출은 매달 1000만원이 넘었던 것으로 알려져 경제적인 이유도 상당히 작용했을 것이라고 한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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