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롭게도 사의 표명 시점이 민경찬씨의 653억원 펀드 파문과 관련해 민정수석실이 자체 조사를 벌이고 있는 때여서 청와대 안팎에서는 양 비서관의 사의 표명이 이번 사건의 처리와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자연스럽게 제기됐다.
특히 일부 인터넷 매체가 민씨 사건을 둘러싼 민정수석실 내부 갈등설을 거론했으나 이호철(李鎬喆) 민정비서관은 “이번 사안에 있어서 나와 양 비서관은 의견이 일치했으며 갈등 같은 것은 없었다”고 일축했다.
양 비서관과 가까운 인사들은 “청와대 근무 이후 심신이 지친 데다 일에 대한 보람을 찾지 못하면서 그만두기로 결심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양 비서관은 지난해 말부터 사석에서 “청와대에 1년 정도 근무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말하는 등 청와대를 떠날 뜻을 내비쳐왔다. 검찰의 특수수사통 출신인 양 비서관은 청와대에 들어온 이후 정부의 사정업무와 관련해 나름대로의 역할을 기대했으나 민정수석실이 검찰 업무와 거리를 두면서 자신의 경력을 살릴 수 있는 입지를 찾지 못해 적잖게 회의를 느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 지인은 “양 비서관이 평소에 청와대 일이 별로 재미가 없다고 말하곤 했다”고 전했다.
게다가 변호사 시절에 비해 수입은 크게 줄어든 반면 10여명에 이르는 사정팀 요원들을 지휘하는 데 따른 지출은 매달 1000만원이 넘었던 것으로 알려져 경제적인 이유도 상당히 작용했을 것이라고 한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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