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나라당 ‘당사 매각’ 방향 옳다

  • 입력 2004년 2월 4일 18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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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최병렬 대표가 “중앙당사와 천안연수원 등을 팔아 국민께 돌려드리겠다”고 한 것은 잘한 일이다. 두 가지 점에서다. 불법 대선자금 문제와 관련해 국민에게 속죄하면서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중앙당 축소, 원내정당화 등 정당개혁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의 불법 대선자금 수사에서 보듯 한나라당은 지금 ‘차떼기’로 상징되는 부패·비리 정당의 이미지로 얼룩져 있다. 반성과 참회를 통한 새 출발이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시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당 재산을 매각해 국가에 헌납하는 것은 국민의 불신감과 실망감을 조금이나마 씻어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한나라당뿐만 아니다. 여야 가릴 것 없이 모든 정당은 부패구조의 틀 속에서 ‘돈 정치’를 해 온 것이 사실이다. 자고 나면 불거지는 검은 정치자금의 행적이 이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그렇다면 다른 당도 불법 정치자금을 국민에게 돌려줄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 같은 참회의 토대 위에서 정치권은 고비용 저효율의 정당정치 구조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치는 제도개혁을 해야 한다. 중앙당 축소와 원내정당화, 정책정당화는 이의 실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수백 명의 당직자가 존재하는 정당의 중앙당사는 ‘돈 먹는 하마’이고, 정치꾼들의 집합소이자 정쟁(政爭)의 출발지가 아닌가.

한나라당이 당사 매각 후 국회에 당 지도부를 상주시키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은 이런 면에서 바람직한 일이다. 정당이 아닌 국회가 정치의 중심이 돼야 하는 것은 정치개혁의 핵심이다. 한나라당의 약속이 정당정치를 획기적으로 바꾸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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