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자금 수사]“편파수사” 野반발에 마지못해 칼빼든 檢

  • 입력 2004년 2월 2일 18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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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2002년 불법 대선자금뿐 아니라 민주당 불법 경선자금까지 전면수사하기로 함에 따라 정치권에 큰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불법 경선자금 수수 혐의로 민주당이 고발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정동영(鄭東泳) 열린우리당 의장 등에 대한 조사 여부와 조사 방법 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본격 수사 착수 배경=수사 착수의 직접적인 계기는 민주당이 지난달 31일 노 대통령 등을 대검에 고발한 것. 하지만 정치권 등에서 제기하고 있는 수사의 형평성과 검찰이 처한 상황 등 다양한 요인들을 감안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한화갑(韓和甲) 민주당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를 계기로 민주당이 강력히 반발하면서 제기한 형평성 문제에 대해 검찰이 느낀 부담감이 이 결정의 주요 배경이 됐다.

특히 “검찰이 경선 완주자는 수사하지 않고 중도 탈락자만 수사한 결과가 됐다”는 민주당의 주장이 경선자금에 관해 “합법의 틀 속에서는 할 수 없었다”고 말한 노 대통령의 고백과 맞물리면서 상당한 설득력을 얻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노 대통령 측근인 안희정(安熙正·구속)씨가 경선 때 5000만원의 불법자금을 받아 사용한 사실이 확인된 것도 수사 착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불법 대선자금 수사를 통해 대국민 신뢰를 상당히 회복한 검찰이 자칫 경선자금 수사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일 경우 이를 한꺼번에 잃어버릴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수사 전망=검찰이 경선자금 의혹에 대한 수사착수 방침을 밝혔지만 노 대통령과 정 의장 등과 관련된 불법 경선자금이 쉽게 드러날지는 미지수다. 정치권의 주장과 달리 검찰은 현재까지 이들의 불법자금과 관련된 단서를 확보하지 못했으며, 수사 범위도 무제한적으로 확대할 수 없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우선 민주당이 제출한 고발장에 대한 처리를 중심으로 수사하되 불법 대선자금 수사 과정에서 나올 수 있는 단서도 최대한 활용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안대희(安大熙) 대검 중수부장은 이와 관련해 “기업들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불법 경선자금의 단서가 나오면 수사한다”며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으로 수사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검찰이 앞으로 기업 등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신빙성 있는 단서를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수사의 관건이다. 또 지난해 11월 초 전면적으로 불법 대선자금에 대한 수사에 착수할 당시와 같은 엄정한 수사의지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느냐도 중요한 변수다.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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