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이경명/'한국 태권도' 세계가 보고 있다

  • 입력 2004년 1월 28일 18시 57분


이경명
태권도계는 지금 총체적 위기에 빠져 있다. 하지만 수렁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위한 태권도인들의 반성과 지혜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김운용씨는 사법처리되기에 앞서 세계태권도연맹(WTF) 총재직과 국기원장직을 사퇴하겠다고 했다. 대한태권도협회(KTA) 구천서 전 회장도 사법처리되면서 회장직을 사퇴했다.

일부에서는 벌써부터 후임 수장을 두고 왈가왈부하지만 두 사람의 사퇴 의사는 아직 법적으로 처리되지 않았다. 우선은 먼저 합법적 절차를 밟아 그들의 공직 사퇴 문제를 처리하고 차분하고 세밀하게 그 다음을 준비하는 것이 순리다.

어떠한 인사가 ‘포스트 태권도 수장’에 적합한가는 불을 보듯 자명하다. 도덕적 청렴성에 국제 감각과 개혁적 리더십을 갖춘 태권도 최고경영자(CEO)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인물을 고르기에 앞서, 어떤 방식으로 검증하고 천거할 것인지 절차를 정하는 게 순서라고 본다. 자질을 검증하는 시스템을 도입할 필요도 있다.

WTF는 국제기구로서 180여 회원국을 통솔하고 있다. KTA는 거기서 중추 역할을 해야 하는 위치이지만 지금까지는 제몫을 해내지 못했다. 아테네올림픽 이후에는 올림픽종목 유지가 불투명한 태권도의 위기 상황에 대해 KTA는 WTF와 함께 적극 대처해야 한다.

국기원은 연구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 6000여만 세계 태권도인들의 본산으로서 태권도 지식의 정보화, 무형문화재로서의 위상 제고 등의 노력이 전무한 상태가 아닌가.

태권도는 누가 뭐래도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을 높이는 데 큰 몫을 해 왔다. 하지만 변화와 개혁의 새 시대는 실력으로 승부를 겨룰 것을 요구하고 있다. 태권도인들은 겸허하게 중지를 모아 추락한 태권도의 비전을 새로이 펼칠 새 진용을 갖춰야 한다.

이경명 태권도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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