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앞 촛불’ 서청원…구속땐 정치적 사형선고

  • 입력 2004년 1월 27일 18시 47분


한나라당 서청원 전 대표가 ‘바람 앞의 촛불’ 같은 입장이 됐다.

법원이 28일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그에 대해 청구된 사전구속영장을 발부할 경우 사실상 정치적 사형선고를 당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는 구속될 경우 당내 공천심사의 주요 기준 가운데 하나인 ‘비리 연루자 배제’ 케이스에 걸려 공천조차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서 전 대표측은 27일 “검찰이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무리한 수사를 한 만큼 법원이 이를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며 희망을 버리지 않는 분위기다.

서 전 대표측은 특히 검찰이 ‘서 전 대표가 한화측에서 건네받은 채권 형태의 불법 정치자금을 그의 사위에게 전달했다’고 밝힌 데 대해 “바보가 아닌 이상 금방 들통 날 게 뻔한 데 불법 자금을 사위에게 채권 형태로 건넨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박하고 있다.

서 전 대표측은 또 “검찰이 처음엔 서 전 대표의 초등학교 동창인 김모 사장이 돈 전달자라고 밝혔다가 사실관계가 어긋나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까지 끌어들였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법리적 공방과 무관하게 정치권에선 여야를 막론하고 서 전 대표의 곤궁해진 처지를 동정하는 반응이 적지 않다.

특히 서 전 대표가 과거 집권당 원내총무, 정무장관 등 화려한 경력을 거쳤으면서도 86년부터 지금까지 서울 동작구 상도동의 30여평짜리 중형 서민 아파트에서 검소하게 살아온 점도 주변이 평가하는 대목이다.

한나라당 홍사덕(洪思德) 원내총무도 27일 당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서 전 대표의 주장을 전적으로 신뢰한다. 검찰이 정 그렇게 나온다면 법정에서 시비를 가리겠다”며 서 전 대표측에 힘을 보탰다.

한편 이회창 전 총재는 지난 대선에서 선대위원장을 맡아 자신의 당선을 위해 발 벗고 뛰었던 서 전 대표마저 형사 처벌될 위기에 처한 사실을 전해 듣고 ‘무거운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총재의 한 측근은 “눈은 다 내릴 때까지 기다렸다가 쓸어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상황이 정리되는 시점에 적절한 입장 표명을 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