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2004도전과 희망/나주 양란재배 이부윤씨

  • 입력 2004년 1월 12일 17시 55분


“양란(洋蘭)의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 대륙을 공략하기 위해 올해 현지에 수출 전진기지를 세울 계획입니다.”

전남 나주시 남평읍 수완마을에서 양란을 재배하고 있는 이부윤(李富潤·44)씨는 요즘 중국 진출의 꿈에 부풀어 있다.

이씨는 3000평의 비닐하우스에서 양란의 한 품종인 ‘심비디움’을 재배, 매년 생산량의 70%를 수출하고 있다. 그는 3월 몇몇 농가와 함께 중국 산둥성(山東省)에 난 농장을 설립, 본격적인 현지 재배에 나설 계획이다.

11년째 난을 재배하고 있는 이씨가 해외시장 개척에 나선 것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수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국내에 앉아서 손님을 기다릴 수 없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심비디움’은 꽃이 오래가고 색깔이 화려해 중국인들이 춘절(우리의 설날)을 전후한 최고의 선물로 치고 있다. 7년 전 만해도 3000만명 정도였던 중국의 양란 소비층은 최근 2억명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더군다나 2년 전 5%에 불과했던 일본의 중국시장 점유율이 지난해 20%를 넘어서면서 국내 양란 농가들은 비상이 걸렸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공격적인 판로 개척 밖에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현지 시장 진출에 따른 이점을 무시할 수 없었습니다.”

이씨는 재배 노하우의 유출을 막기 위해 국내에서 꽃대가 손가락 마디만큼 자랐을 때 중국으로 수출해 현지 농장에서 몇 달 더 키워 꽃을 피운 양란을 판매한다는 전략이다. 현지 재배를 하면 수출 물류비가 절반으로 줄일 수 있고 보름 이상 걸리는 운송과정에서 발생하는 치명적인 꽃 손상을 막을 수 있는데다 점차 까다로워지는 검역도 피할 수 있는 등 이점이 많다는 게 이씨의 설명.

지난 한 해 동안 매출액 2억원에 5000여만원의 순수익을 올린 그는 “심비디움의 경우 1본당 수출가가 국내 도매가보다 평균 5000∼1만원이 비싸기 때문에 품질 향상에 신경을 쓴다면 1억원 이상을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1997년 11월 돌풍이 몰아쳐 땀 흘려 가꿔 온 비닐하우스가 쑥대밭이 되는 등 그동안 어려움도 많았다는 이씨는 “양란은 중국 시장이 워낙 크기 때문에 정부나 자치단체가 선진 농가를 육성하고 신품종 개발에 힘쓴다면 수출의 효자 종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주=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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