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계 종단분규 단골무대 헐린다

  • 입력 2004년 1월 11일 18시 28분


원대연기자
원대연기자
1990년대 중후반 불교 조계종 분규의 주무대였던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 내 총무원 청사(불교중앙회관·사진)가 다음달 중순경 헐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조계종측은 11일 “총무원 청사를 헐고 그 자리에 종단의 국제회의장으로 이용할 5층짜리 건물을 신축한다”며 총무원 부서와 산하 기관들은 조계사 인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으로 옮겨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총무원 청사는 1971년 당시 총무원장이던 청담(淸潭) 스님의 지시로 착공돼 75년 11월 6일 지하 1층, 지상 5층 건물로 완공된 이래 29년간 종단 행정의 중심 역할을 해왔다. 당시 이 건물은 종로구 수송로 일대에서는 가장 높은 건축물로 불교계의 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 청사는 크고 작은 점거사태에 시달렸으며 1994년과 1998년 종단 분규의 진앙이 되기도 했다. 1994년 서의현(徐義玄) 총무원장 지지 세력과 반대 개혁파가 청사를 둘러싸고 폭력사태를 빚었고, 1998년에도 송월주(宋月珠) 총무원장의 3선 연임을 반대한 정화개혁회의가 청사를 점거해 한 달여 동안 대치 상황을 빚다가 경찰 진압으로 쫓겨나기도 했다.

총무원 관계자는 “1998년 분규 직후 부끄러운 과거를 지닌 청사를 새로 짓자는 논의가 계속돼 왔다”며 “청사 철거를 계기로 종단의 새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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