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잃은 서울 도심의 원숭이

  • 입력 2004년 1월 7일 14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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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 해인 2004년 벽두, 서울 도심에서 원숭이 한 마리가 길을 잃고 헤매다 구조됐으나 아직까지 주인을 찾지 못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수컷 긴팔원숭이(길이 약 50㎝)가 처음 발견된 것은 3일 오후 9시경 서울 마포구 대흥동 서강대 앞 도로.

이 긴팔원숭이는 원숭이 해를 맞아 1~3일 사이 신촌에서 열린 새해 행사에 참가했다가 주인과 떨어져 길을 잃은 것으로 추정된다.

발견 직후 주민의 신고를 받은 마포 119구조대가 현장에 출동했고 대원 2명이 승용차 밑에 숨어 있던 원숭이를 생포했다.

한 대원은 "원숭이가 너무 놀라서인지 가슴에 안자마자 옷에 실례를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신수동 마포소방서에서 원숭이를 맡아 기르면서 주인을 찾아주려 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면서 "긴장이 풀리지 않았는지 힘도 없고 재롱도 떨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마포 119 구조대는 전문기관이 맡아 기르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해 5일 용산구 한강로 한국조류보호협회에 원숭이를 인계했다.

조류보호협회의 김성만 회장은 "이곳에 오고 나서는 마음이 좀 풀렸는지 사무실 여기저기 뛰어다니고 사람 목에 매달리는 등 열심히 재롱을 떨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원숭이해 벽두에 길을 잃은 원숭이를 보니 마음이 편치 않다"면서 "주인을 찾아줘야 하는데 뾰족한 묘안이 없어 걱정"이라고 안타까워 했다.

협회는 당분간 원숭이를 맡아 기르다 주인을 찾지 못하면 동물원 등으로 보낼 계획이다.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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