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분아" "오빠" 눈물의 상봉

  • 입력 2003년 12월 27일 01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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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분아, 오빠를 용서해라. 오빠 구실을 못했다.”

“오빠 살아있었구나. 큰일을 해냈다.”

24일 귀환한 국군포로 전용일(全龍日·72)씨가 26일 오후 2시반 서울 용산구 국방회관 1층 연회실에서 반세기 만에 가족과 상봉했다.

전씨와 그의 형제들은 반세기 만의 상봉임에도 단번에 서로를 알아보고 뜨거운 혈육의 정을 나눴다.

전씨의 여동생 분이씨(58)는 ‘끝분이’라는 아명(兒名)을 금세 기억해낸 오빠의 품에 뛰어들어 한없이 눈물을 흘렸다. 분이씨가 “TV에 나온 얼굴보다 건강해 보인다”고 말하자 전씨는 눈물을 흘리면서도 “이제 마음 푹 놓아라. 오빠가 업어주고 안아줄게. 이 오빠는 나약한 놈이 아니야”라며 힘 있게 말했다.

남동생 수일씨(65)는 “항상 형님의 손을 잡고 이웃마을에 같이 놀러갔었다”며 전씨의 군 입대(1951년) 이전 시절을 회고했다.

전씨는 입대 직전 결혼한 누나 영목씨(78)를 곧바로 알아보지 못했다. 전씨는 그런 자신이 서글픈지 “누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는) 이 동생을 용서해 달라”며 울먹이다 곧 기억을 찾아낸 듯 “맞아, 날 장가보내준다고 그랬지. 누나, 누나”라며 울음을 터뜨렸다.

전씨 동생들은 30분간의 상봉시간 내내 ‘이게 꿈이냐, 생시냐’라는 말을 연발했다. 이들은 정신을 가다듬은 뒤 아내 남편 자식들과 함께 차례로 전씨에게 큰절을 올렸다.

검은색 모자와 반코트 차림의 전씨는 이날 상봉의 기쁨에 줄곧 눈물을 흘렸으나 목소리와 행동은 정정했다.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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