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사상 연구할 가치 있다”…송두율씨 공판서 주장

입력 2003-12-23 18:26수정 2009-09-28 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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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재독학자 송두율(宋斗律·59·사진)씨는 23일 서울지법 형사합의24부(이대경·李大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3차 공판에서 “주체사상은 그 안에 모순을 담고 있더라도 학문적으로 연구할 가치가 있는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송씨는 또 “1970년대 독일에서 남한의 유신체제를 비판했으면서도 각종 인권문제와 경제난을 겪고 있는 북한의 민주화를 위해서는 무엇을 했느냐”는 검찰의 추궁에 “‘내가 북한의 민주화를 원한다’고 이마에 써 붙이기라도 하란 말이냐. 남한은 민주사회, 북한은 비민주사회라는 식의 이분법적 사고로는 통일이 될 수 없다는 게 내 생각”이라고 답했다.

그는 이어 “피고인은 북한 사회는 북한의 시각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이른바 ‘내재적 접근론’을 주장하는데 그렇다면 남한의 유신체제도 내재적 접근 방식으로 이해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이런 식의 질문이 계속된다면 답변하지 않겠다”며 이후 진술을 거부했다.

이날 재판에서 송씨측 변호인단은 북한 노동당에 송씨의 정치국 후보위원 여부에 대한 사실 조회를 해달라고 재판부에 신청해 검찰측과 설전을 벌였다.

변호인단은 “송씨가 노동당 후보위원인지 여부를 잘 알 만한 기관은 남한의 통일부와 북한의 노동당”이라며 “북한도 남한과 동시에 유엔에 가입한 국가인 만큼 사실조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북한은 헌법상 반국가단체일 뿐 아니라 대남 전술의 일환으로 송씨에게 주체사상을 전파시키는 역할을 맡겼다”며 “북한에 사실조회를 해도 북측이 바르게 답변해 줄 리가 없어 증거능력이 없다”고 반대했다.

재판부는 통일부에 대한 사실조회 신청을 받아들였으나 북한 노동당에 대한 신청에 대해서는 “재판부에서 합의를 해보고 다음 재판 기일에 여부를 알려 주겠다”고 밝혔다.

한편 세계적인 석학 위르겐 하버마스 교수는 송씨의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이날 재판부에 보내왔다.

하버마스 교수는 송씨가 1972년 독일 프랑크푸르트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할 당시 지도교수와 제자의 관계로 인연을 맺어 송씨에 대한 구명운동에 나서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탄원서에서 “나는 커다란 우려와 함께 송 교수의 공판 진행 과정을 주시하고 있다”며 “송 교수에 대한 검찰의 기소 처분은 법치국가적 척도를 중시하는 국가에서 전혀 합당하지 않은 처사”라고 주장했다.

황진영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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