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임장없는 대리인에 예금지급 가족이라도 은행책임”

입력 2003-12-17 18:21수정 2009-10-08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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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대리인으로 예금을 인출하더라도 은행은 반드시 예금주의 위임 사실을 확인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는 예금 인출시 은행이 본인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 금융실명제법에도 불구하고 가족이 통장, 비밀번호, 도장을 제출하면 예금을 지급해주는 기존의 관행에 제동을 건 것이어서 상급심의 판결이 주목된다.

서울지법 민사항소10부(최동식·崔東軾 부장판사)는 17일 이모씨(80)가 “내가 사망한 여동생의 유일한 상속인인데도 은행 창구 직원이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상속권이 없는 여동생의 의붓아들에게 예금을 지급했다”며 C은행을 상대로 낸 예금반환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1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C은행은 사망한 이씨 여동생의 의붓아들 김모씨가 이씨 여동생 명의의 예금을 인출할 때 통장, 비밀번호, 도장이 동일하고 여동생과 김씨가 가족이라는 사실을 확인했지만 김씨가 위임장을 받았는지 등을 알아보지 않았으므로 배상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C은행은 예금지급 청구서의 인감과 비밀번호가 동일하면 도용·위조·변조에 따른 배상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약관을 근거로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나 1000여만원이나 되는 금액을 예금주의 확인도 없이 지급한 것은 피고의 부주의 정도가 심해 이 조항을 적용받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원고 이씨는 여동생이 1997년 7월 사망한 후 여동생에 대한 유일한 상속권을 획득했으나 상속권이 없는 김씨가 그해 8월 “어머니를 대신해 돈을 찾으러 왔다”며 C은행에서 예금을 해약하고 돈을 인출하자 은행측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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